온라인 상에서 판매자와 구매자의 거래를 중개하는 오픈마켓 운영업체는 구체적 거래행위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기 때문에 판매대행 업체가 원판매자 몰래 상품을 등록·판매해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제주도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A씨가 오픈마켓 업체인 위메프와 홍보마케팅업체인 B사 그리고 B사 대표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5205926)에서 최근 "B사와 C씨는 A씨에게 2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제주도에서 호텔을 운영하다 숙박예약 시스템을 개발한 B사와 시스템 이용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따라 A씨 호텔의 숙박상품은 B사의 판매자 계정으로 위메프에 등록돼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A씨는 2018년 위메프와 직접 숙박상품 입점계약을 맺고 새로 판매자 계정을 받아 B사에 판매대행으로 맡겼다. 그런데 B사는 A씨와 상의 없이 위메프에 기존 판매자 계정으로도 호텔 숙박상품을 등록·판매하겠다고 요청했고, 위메프 직원은 이를 허용했다. B사는 또 위메프를 통하지 않고 일부 고객들로부터 호텔 숙박대금을 직접 자신들의 계좌로 입금받기도 했다. 이에 A씨는 소송을 냈다.
판매자·구매자 연결 시스템만 제공
구체적 거래 직접관여 안해
김 판사는 "C씨가 A씨 명의로 된 판매자 계정을 부여받아 호텔 숙박상품을 등록·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A씨와 협의나 승낙 없이 B사 계정을 이용, 동일 상품을 위메프에 등록·판매하는 것은 그 정산대금을 유용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며 "B사는 대표이사 C씨의 위법행위로 인해 A씨가 입은 손해에 대해 상법 제389조 3항, 제210조에 따라 연대해 손해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메프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위메프 승소판결
김 판사는 "A씨는 B사로 하여금 호텔 숙박상품을 위메프에 등록·판매할 수 있도록 한 위메프 직원의 행위가 과실방조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청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위메프는 소비자들에게 거래의 목적이 되는 재화나 용역을 직접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제공할 뿐 구체적인 거래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픈마켓 특성을 감안할 때 위메프는 타인에 대한 중대하고도 명백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서비스 이용권 등록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판매자 계정을 가진 사업자의 상품 등록을 거부할 수 없다"며 "위메프는 B사의 계정으로 등록·판매된 것에 대한 정산대금을 A씨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