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따돌림 가해 학생과 다른 반으로 편성해 달라'는 학부모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보호감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에 있는 한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A양은 같은 반 여학생들과 갈등을 겪었다. A양의 부모는 학교를 찾아 "A양이 집단따돌림을 당했으니 3학년 반 편성 때는 가해자들과 다른 반으로 배정해 달라"고 여러번 요구했지만 학교는 별다른 조치없이 넘어갔다. A양은 이듬해에도 갈등을 겪던 여학생과 같은 반이 됐고 급기야 A양의 아버지가 학교에 찾아가 상대 여학생을 폭행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제서야 학교는 학교폭력예방대책자치위원회를 열었고, 심의 후 "사춘기 아이들이 교제과정에서 갈등을 겪은 것 뿐이지 학교폭력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A양의 부모는 "학교가 보호감독의무를 위반해 A양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7단독 김태은 판사는 지난 2일 A(16)양과 A양의 부모가 서울특별시와 B중학교 교장, 담임교사 등을 상대로 "위자료 5000만원을 달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2가단5084243)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A양의 어머니가 담임교사에게 3회에 걸쳐 분반을 요청했지만, 담임교사는 당시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해 다음해 반편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편성 이후 A양 쪽에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담임교사가 분반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보호감독의무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A양이 학교폭력 상담교사에게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 등에 비춰보면 A양이 집단따돌림을 당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