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회사가 현금서비스 기능이 있는 가족카드에 함께 발급 받은 개인신용카드의 것과 동일한 비밀번호를 임의로 부여해 발급했더라도 가족카드의 도난에 따른 피해에 카드 회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제44단독 許景皓 판사는 지난달 25일 장모씨 부부가 (주)삼성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소송(2003가단9375)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장씨는 피고로부터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해 오던 중 2001년11월 피고 회사의 다른 종류의 카드로 교체하면서 부인의 휴대전화 뒷자리 숫자 4개를 비밀번호로 설정하고, 동시에 가족회원카드 발급을 신청했으나 가족카드의 비밀번호를 따로 신청하지 않아 피고는 장씨의 카드와 똑같은 비밀번호를 가족카드에 부여해 발급했다.
이후 장씨의 부인 오씨가 가족카드를 소지하다 2002년10월 카드가 들어있는 지갑을 도난당해 당일 분실 · 도난신고를 접수했으나 이미 현금서비스로 3백50만원이 인출돼 보험으로 처리되지 않자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가족카드 신청란에 별도의 비밀번호를 기재하는 난이 존재하지 않지만 카드 교체및 가족카드 신청서의 비밀번호란에 '카드 분실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단순번호, 주민번호, 전화번호는 제외'라고 유의사항이 기재된 사실과 오씨가 지갑을 잃어버릴 때 수첩을 함께 잃어버린 사실 등에 비춰볼 때 이 가족카드의 부정사용이 그 비밀번호를 장씨 카드의 비밀번호와 동일하게 설정한 피고의 과실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