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의 잘못된 감정을 믿고 대출을 해줬다가 손해를 입었다면 정당한 감정가격에 근거해 산출된 담보가치를 넘은 부분만큼의 손해액을 평가사가 배상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9부(재판장 장성욱 부장판사)는 P협동조합이 D감정평가법인과 감정평가사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7가합19436)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토지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다소 과대하게 평가한 사정만으로 토지감정상 과실이 있다고 바로 추인할 수는 없으나 건축물대장상 건물이 여관으로 분류돼 있음에도 구조와 주요 재료가 고급이라는 이유만으로 호텔급의 단가를 적용해 시가를 감정평가한 것에는 과실이 있다"며 "D법인과 A감정평가사는 연대해 감정평가의 하자로 인해 P조합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담보목적물인 토지와 건물에 대해 부당한 감정을 함으로써 감정의뢰인인 P협동조합이 그 감정을 믿고 정당한 감정가격을 초과한 대출을 한 경우, 대출금 중 정당한 토지 및 건물 감정가격에 근거해 산출된 담보가치를 초과한 부분이 손해액이 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P협동조합이 감정평가전문기관인 D법인에게 비용을 주고 시가감정을 의뢰한 이상 스스로 시가에 관해 조사하지 않은 것에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2001년께 D감정평가법인과 감정평가업무협약을 맺은 P협동조합은 2002년 10월께 X와 Y로 부터 모텔 등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대출신청을 받고 D법인에 시가감정을 의뢰했다. D법인은 가격시점을 같은달 29일로 해 토지 13억여원, 건물 41억여원으로 평가했다. 이후 X 등의 채무불이행으로 경매절차가 진행됐고 법원에 의해 지정된 감정인은 위 토지에 대해서는 7억4,000여만원으로, 건물에 대해서는 29억여원으로 시가감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