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소유의 땅이라더라도 오랫동안 주민들의 통행로로 이용돼 왔다면 재산권행사를 이유로 폐쇄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지모(66)씨가 서천군을 상대로 낸 토지인도소송 상고심(2009다61360)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패소 취지로 최근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인도청구를 인용한 서천읍 사곡리의 도로는 S고로 진입하는 길로 지목이 도로로 변경된 63년 이전부터 주민들의 통행로로 이용돼 왔고 만일 이 부분이 폐쇄될 경우 S고 학생과 주민의 통행이 심히 곤란해지거나 불가능하게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통행로를 폐쇄하는 방법으로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은 원고 자신에게는 큰 이익이 없는 반면 서천군은 새로운 통행로 개설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며 피해가 극심하다"며 "또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행사해야한다는 기본원칙에 반해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인도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씨는 지난 69~70년 아버지로부터 서천군 토지 890㎡를 증여받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지씨의 땅 일부는 부친소유일 때부터 도로로 이용돼 왔고, 지난 2003년 서천군은 이 도로에 포장공사까지 완료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지씨는 "서천군이 점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인도하고, 그동안 도로로 사용함으로써 취한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며 서천군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사유지가 사실상 일반 통행로로 사용되는 경우 토지소유자가 사용수익의 포기 내지 도로로서의 사용승낙의 의사표시를 명백히 한 것으로 인정돼야 한다"며 "원고의 부친이 창고를 건축하면서 도로포장공사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통행로의 사용승낙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