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개정된 국세징수법 제78조2항을 부칙이 헌법재판소 결정일인 2009년4월30일 이후부터 적용하도록 하고 있더라도, 헌재의 헌법불합치결정 당시 법원에 소송계속 중이던 사건에는 개정된 법조항을 적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헌법불합치결정에 의한 개선입법의 소급적용여부와 그 범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맡기되 예외적으로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나 구체적 규범통제의 실효성 보장이라는 측면 등을 고려해 헌법불합치결정 당시에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도 소급효가 미친다고 해야 한다"는 대법원판례(대법원 2003다52647 등)에 따른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이진만 부장판사)는 A씨가 "위헌인 구 국세징수법 제78조2항 후문에 따라 결정된 배분거부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배분거부처분취소소송(2010구합32013)에서 지난 16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을 통해 법률조항을 합헌적으로 개정 또는 폐지하는 임무를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맡긴 이상 그 개선입법의 소급적용여부와 소급적용의 범위 역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달린 것"이라면서도 "(해당조항의 적용중지를 명하는)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의 주문 및 결정취지와 위헌법률심판에서의 구체적 규범통제의 실효성 보장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적어도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게 된 당해 사건 및 헌법불합치결정 당시에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가 쟁점이 돼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고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개정된 국세징수법의 부칙이 이 사건을 개정규정의 적용범위에 포함하지 않더라도 이 사건에 대해서는 종전의 법률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고 위헌성이 제거된 개정규정이 적용되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지난 2007년8월 지방세가 체납된 부동산을 매각하고 그 대금을 임차권자인 A씨 등 채권자들에게 배분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는 공매대금 미납으로 인한 보증금은 국가에 귀속됐다는 이유로 배분금액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에 A씨는 공매대금의 국가귀속을 규정한 국세징수법 제78조2항을 이 사건 배분처분에 적용한 것은 위법이라며 소송을 냈다. 이후 소송 계속 중이던 2009년4월 헌법재판소 "대금미납으로 매각결정이 취소된 경우 납부한 계약보증금을 국가에 귀속시키도록 규정한 국세징수법 제78조2항 후문은 헌법이 보장한 평등의 원칙 등에 위반된다"며 서울행정법원이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사건(2007헌가8)에서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법률신문 2009년5월4일자 5면). 이에 따라 국회는 지난 1월 헌재결정 취지에 맞도록 국세징수법을 개정했지만, 개정규정이 헌재 결정일인 2009년4월30일 이후 매각결정이 취소된 경우에만 적용되도록 부칙조항을 둬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