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가 부동산 매도인과 일면식도 없다면 등기권리증을 확인하거나 적어도 주거지 혹은 근무지 등에 연락해 소유권을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9부(재판장 노정희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김모씨가 “중개인이 허위매도인을 소개해 계약금을 4억1,000만원을 손해봤다”며 공인중개사 강모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7가합92822)에서 “강씨 등은 연대해 2억8,7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동산 중개업자는 위탁자에 대해 위임계약에 따른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부담함은 물론, 목적부동산의 하자나 권리자의 진위 등에 관해 조사하고 이를 확인하는 등 매수인이 예상밖의 손해를 입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업무상의 일반적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부동산 중개업자가 매도의뢰를 받는 경우 자칭 소유자와 전혀 면식이 없는 때에는 자칭 소유자라는 사람의 주민등록증 등의 서류를 조사하거나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소유권의 귀속에 관해 의문을 품을 여지가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등기권리증을 확인하거나 소유자의 주거지나 근무지 등에 연락하거나 그곳에 가서 확인하는 등으로 소유권의 유무를 조사하고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강씨 등은 위장매도인이 매도인측 중개사무소 직원의 사촌형이라는 말만 믿고 위장매도인이 제시한 주민등록증의 진위를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서비스 등을 통해 확인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장매도인이 등기권리증을 소지하고 있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다”며 “강씨는 매도의뢰인이 진정한 소유자와 동일인인지 여부에 관한 조사확인의무를 다하지 않아 위장매도인을 진정한 소유자로 알고 중개행위를 한 주의의무위반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에서 부동산중개법인을 운영하던 강씨는 면식이 있던 맹모씨로부터 건물이 매물로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강씨는 투자처를 찾던 김씨에게 이를 소개했고, 김씨는 소유권자로 소개받은 오모씨에게 계약금으로 4억1,000만원을 지급했다. 강씨는 맹씨의 여동생이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사무실 직원의 사촌형 소유의 땅이라고 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소개한 것이다. 하지만 오씨는 위장매도인으로 밝혀졌고, 김씨는 수표를 지급정지하려 했으나 계약금으로 지급한 수표는 이미 현금으로 교환해간 상태였다. 김씨는 이에 매도인, 매수인 양측 중개인들을 상대로 지난 2007년10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