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업자가 매매당사자를 연결하는 등 계약체결에 기여했더라도 계약내용에 포함된 중요한 부분에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계약이 합의해제됐다면 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공인중개사 신모(54)씨 등 2명이 부동산 매매당사자 이모(63)씨와 강모씨 등을 상대로 낸 중개수수료 청구소송 상고심(2009다8130)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부동산 매매계약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매수대금 마련을 위한 은행대출의 성사여부인데 원고들은 은행대출알선을 포기했다”며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됐다가 은행대출이 이뤄지지 않아 매매계약이 합의해제됐으므로 원고들에게 중개수수료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신씨는 지난 2006년 이씨로부터 “부천시에 있는 1,197.4㎡ 넓이의 공장부지와 공장을 31억원 정도에 매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중개의뢰를 받았다. 얼마 후 강모씨가 “부동산을 매입하고 싶다”며 찾아왔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부동산 매수를 위해서는 매매대금 중 28억원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신씨 등에게 은행대출이 가능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하면서 대출관련 서류를 건넸다. 이후 신씨로부터 강씨의 매수의사를 확인한 이씨는 매매대금을 31억원으로 정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은행대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매매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이후 은행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매매계약은 합의해제됐다.
그러자 신씨 등 중개업자는 이씨와 강씨에게 “매매계약이 체결됐으므로 중개수수료를 달라”고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