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지역의 부동산 매매에서 분양대상여부가 계약의 주요 내용이라면 중개인도 조사·검토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최재형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A씨 부부가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지 자세히 조사·검토하지 않았다”며 부동산 중개를 한 B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8나85750)에서 “B씨는 A씨 부부에게 각각 4,3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 부부는 2006년10월 B씨의 중개로 용산구 용산동의 토지를 그 위의 무허가 주택을 제외하고 10억1,000만원에 공동으로 매수했다. B씨는 공인중개사의 면허없이 타인 명의를 빌려 부동산중개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고 매도인은 B씨의 언니였다. 계약체결 전 A씨 부부와 B씨는 국제빌딩 주변 제3구역 도시환경정비조합 임원에게서 “분양대상자 여부를 확인해 줄 수는 없지만 조례에 따라 공동주택 분양대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 그런데 조합은 그 후 이 토지에 대해 “주택과 분리해 취득된 토지여서 서울시조례에 따라 공동주택의 분양대상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A씨 부부를 분양대상자에서 제외했다. 결국 A씨 부부는 조합으로부터 인정받은 권리가액인 7억2,000만원의 대금을 받고 타인에게 매도했다. 이에 A씨 부부는 B씨 자매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부는 “분양권 대상이 된다는 조합임원의 말을 들은 점에 비춰 B씨가 공동주택 분양권이 없었다는 사정을 알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씨가 면허는 없지만 부동산중개사무실의 물적시설을 갖춰 놓고 A씨 부부와의 위임계약에 따라 중개행위를 한 이상 공인중개사법의 ‘중개업자’에 준하는 내용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며 “A씨 부부가 공동주택의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지에 관해 보다 자세히 조사·검토해 이를 정확하게 설명함으로써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B씨가 조합임원의 일반적인 이야기만 듣고 더 이상 A씨 부부가 공동주택의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지에 관해 더 조사하거나 검토하지 않은 잘못이 있고 A씨 부부는 잘못된 정보에 기초해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되고 결국 분양권을 받지 못한 손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A씨 부부는 조합임원에게서 답변을 들은 외에는 별다른 확인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B씨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