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사업법에 의해 수용된 토지라도 토지인도의무는 행정대집행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공익사업법 제43조는 토지소유자 등은 수용의 개시일까지 수용한 토지나 물건을 사업시행자에게 인도하거나 이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89조는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업시행자는 행정대집행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대집행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김홍도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박모씨 부부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건축물등철거대집행계고처분취소 소송(2009구합32840)에서 “공익사업법상 토지인도의무는 행정대집행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토지 및 지장물 자체를 인도해야 할 의무를 강제적으로 실현함에 있어서는 직접적인 실력행사가 필요한 것이지 대체적 작위의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직접강제의 방법에 의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행정대집행법에 의한 대집행의 대상은 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소송과정에서 서울시는 토지인도의무가 대체적 작위의무는 아니지만 공익사업법 제89조를 근거로 직접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으며, 만약 행정대집행을 허용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절차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행정력과 비용의 낭비로 공익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공익사업법 제89조는 대집행에 관한 개별적인 근거규정을 마련함과 동시에 행정대집행법상의 대집행 요건 및 절차에 관한 일부 규정만을 준용한다는 취지에 그치는 것”이라며 “대체적 작위의무에 속하지 않는 다른 종류의 의무에 대해서까지 강제집행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단순히 공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체적 작위의무가 아니어서 성질상 대집행이 허용될 수 없는 의무에 대해 대집행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서초구 우면동 일대에서 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사업을 시행하는 SH공사는 지난 2007년 박씨 부부의 토지와 비닐하우스를 수용했다. 그런데 박씨 등이 수용보상금을 수령하고도 토지를 인도하지 않자, SH공사는 지난 7월 ‘8월까지 토지를 인도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고 비용을 징수하겠다’는 내용의 계고처분을 했다. 이에 박씨 등은 8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