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공원으로 이용되던 토지를 국가로부터 매입한 사람이 건물을 짓겠다고 하자 "동네에 공원이 계속 있으면 좋겠다는 민원이 있다"는 이유로 구청이 건축허가를 불허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하태흥 부장판사)는 이모씨가 용산구청장을 상대로 낸 건축허가신청 불허가처분 취소소송(2016구합79748)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소유한 토지는 1982년 항공사진 촬영 당시에도 나무가 심어진 공원으로 사용됐고, 현재 인근 주민 중 일부가 이 토지 위에 건물을 신축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구청은 오랜 기간 공원으로 사용되던 이 땅을 도시계획시설인 공원으로 결정한 적이 없을뿐만 아니라 국가로부터 위임받아 국유일반재산으로 관리하던 이 땅을 자산관리공사로 다시 이관해 이씨에게 매각하게 한 것으로 볼 때 구청은 이 공원이 중대한 공익적 가치가 있다고 인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구청은 건축허가신청이 건축법 등에서 정한 제한에 배치되지 않는 이상 당연히 건축허가를 해야 하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없는데도 제한사유 이외의 사유를 들어 요건을 갖춘 자에 대해 불허가 할 수 없다"며 "국유지 위에 도시계획시설이 아닌 공원이 설치된 경우 인근 주민이 그 공원이 존속되리라고 기대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를 인정할 자료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2013년 12월 국가로부터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한 소공원 토지를 매입했다. 이씨는 3년 뒤 용산구청에 "5층짜리 제1종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하려고 한다"며 건축허가신청을 냈다. 구청은 "공원 존속을 원하는 지역 주민 민원이 있으니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계획을 보완하라"고 통보했다. 이씨가 계획을 보완하지 않자 구청은 지난해 8월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씨의 건축허가신청을 불허했고, 이에 이씨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