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전날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 명의로 이뤄진 부동산 매매계약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재판장 이수영 부장판사)는 아르헨티나에 살고 있는 A씨가 매형인 B씨와 B씨의 사촌동생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 청구소송(2015가합520438)에서 "B씨 등은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며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의 어머니(사망당시 81세)는 2014년 3월 췌장암으로 병원에 입원한 뒤 같은해 4월 15일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런데 이튿날 A씨의 어머니가 종로구 창신동에 있는 2층 건물을 사위인 B씨에게 9억5000만원에 매도한다는 매매계약서가 작성됐다. 이 과정에서 A씨의 둘째 형이 어머니를 대신해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다음날인 17일 A씨의 어머니는 사망했고, B씨는 같은해 12월 자신의 사촌동생에게 이 건물의 소유권을 넘겼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는 2015년 3월 "어머니의 의사능력이 없던 상태에서 이뤄진 소유권이전등기"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씨가 '장모님(A씨의 어머니)께서 2013년 건물을 자녀들에게 상속할 경우 상속세가 많이 부과될 것을 걱정해 내게 건물을 사 줄 것을 부탁했는데 병세가 급속히 악화되자 이런 사실을 알고 있던 A씨의 둘째 형이 장모님의 허락을 받아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건물을 매수할 자력이 없던 B씨가 고가의 이 건물을 매수했다는 것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매매계약서가 작성될 당시 망인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어 건물의 매매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판단할 수 있는 의사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B씨 명의의 등기는 망인의 의사에 기하지 않고 마쳐진 것으로 추정력이 번복돼 원인 없는 무효의 등기이고 이에 터잡아 마쳐진 B씨 사촌동생의 등기 역시 무효"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