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을 착용한 근로자가 업무 중 부상으로 의족이 파손됐더라도 산업재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8부(재판장 김인욱 부장판사)는 최근 아파트 경비원 양모(67)씨가 "업무 중 사고로 의족이 파손된 것은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 항소심(2012누6836)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요양급여의 전제가 되는 근로자의 부상은 신체에 상처를 입는 것을 의미한다"며 "부상을 수반하지 않는 의족만의 파손을 부상의 범위에 포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상법) 제40조의 요양급여 기준에 보조기 또는 재활보조기구의 지급이 포함되나, 이는 업무상 사유로 신체 일부 또는 기능이 상실된 때 이를 회복하거나 보조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양씨처럼 상실된 신체 부위의 보조를 위해 이미 착용하고 있는 보조기가 업무상 이유로 파손됐을 때 요양급여를 인정하는 근거 규정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산재보상법의 목적인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 촉진 등을 고려해도 법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해석은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양씨는 2010년 12월 놀이터에서 제설작업을 하던 중 미끄러져 무릎을 다치고 오른쪽 의족이 파손됐다. 양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으나 불승인 처분을 받고 지난해 9월 소송을 내 1심에서 패소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김영란)에 지난해 6월 양씨가 낸 민원을 검토하고 "양씨가 의족을 착용해 일상활동을 했고 취업까지 했다"며 "탈·부착 가능한 의족도 신체의 일부로 보고 의족 파손 시에도 산재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