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을 통해 음식점 등의 배달업무를 하는 배달원은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이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배달대행업체는 산재보상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2013년 고등학생이던 A씨는 B씨가 운영하는 배달대행업체에서 일감을 받아 음식을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B씨 업체의 배달앱을 설치한 음식점에서 앱을 통해 배달 요청을 하면 여러 아르바이트생 중 1명이 요청을 수락해 음식을 고객에게 배달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같은해 11월 A씨는 배달 중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와 충돌해 척수가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고, 공단은 A씨를 B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근로자로 보고 요양급여 등으로 5000여만원을 지급했다.
공단은 이후 B씨에게 "근로자를 고용하면서도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며 A씨에게 지급한 5000여만원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2500여만원을 징수하겠다고 통지했다.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26조는 '사업주가 보험관계 성립 신고를 게을리한 기간 중에 발생한 재해에 대해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주로부터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B씨는 "A씨는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산재보험에 가입할 필요도 없는데도 요양급여 등을 징수하겠다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행정8부(재판장 김필곤 부장판사)는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보험료 부과처분 취소소송(2015누61216)에서 최근 1심과 같이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 업체 배달원으로 배달앱을 통해 배달 업무를 하긴 했지만, 가맹점에서 배달요청이 들어오더라도 이를 수락할 것인지 거절할 것인지는 A씨가 결정할 수 있었다"며 "특히 B씨 업체의 배달앱에는 위치파악시스템(GPS) 기능이 없어 B씨가 A씨 등 배달원들의 현재 위치와 배송상황 등을 관제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배송지연 책임을 B씨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도 아니어서 배달 업무 과정에서 A씨가 B씨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A씨는 B씨와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한 개인사업자로 볼 수 있으므로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