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나 TV 등 가전제품의 보급에 따라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전자파는 백혈병 발병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이규홍·李揆弘 대법관)는 9일 KBS 송출기술부장으로 근무하던 남편이 백혈병으로 사망하자 업무상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박모씨(54)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 취소소송 상고심(2000두8806)에서 박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남편이 근무하던 TV송출기술부에는 1만7천여점의 많은 방송장비와 1백87대의 모니터 등이 설치돼 있어 여타 작업장이나 일상생활 환경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전자파가 방출됐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망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특성의 전자파에 어느 정도 노출됐는지에 관하여는 전혀 밝혀진 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전자파에의 노출이 백혈병 발병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의학적 근거도 뚜렷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전자파에의 노출이 백혈병 발병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일부 의학적 연구보고가 있기는 하지만 이를 부인하는 견해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데다가 그 의학적 기전에 관하여도 아직 명확히 규명된 바가 없어서 전자파와 백혈병 발병과의 상관관계는 의학적으로 상당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 아직 정설이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원고 박씨는 97년 한국방송공사 TV송출기술부장으로 근무하던 남편 김모씨(사망당시 57세)가 백혈병이 악화돼 사망하자 "장기간 방송기술업무에 종사하며 1000MHz 이상의 전자파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으로써 백혈병이 발병한 만큼 업무상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유족급여를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거절하자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