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법률상 이혼한 뒤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가 61세 이후 다시 법률혼 관계를 맺었다면 배우자는 군인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군인연금법상 퇴직 후 61세 이후에 혼인한 배우자는 유족연금을 받을 수 없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진창수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고모씨가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낸 유족연금지급 비대상결정처분 취소소송(2012구합19755)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군인연금법에서 퇴직 후 61세 이후에 혼인한 배우자를 유족에서 제외한 것은 재정 확보를 위해 일정한 연령 이후에 혼인한 배우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배우자보다 유족연금 지급의 필요성이 없다는 정책적인 판단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씨와 사망한 고씨 남편이 협의이혼 이후에도 함께 거주하는 등 사실상 혼인생활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며 "고씨 부부의 법률혼 관계가 협의이혼 후 사실혼 관계로, 다시 법률혼 관계로 전환됐다 하더라도 공동의 부부생활이라는 혼인의 실질엔 아무런 변경이 없어 고씨는 유족연금 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67년에 결혼한 고씨 부부는 2009년에 이혼했지만, 함께 거주하다가 결국 이혼 4개월 만에 다시 혼인신고를 했다. 고씨는 전직 군인인 남편이 지난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국방부에 유족연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61세 이후에 혼인한 배우자는 유족연금 수급권자가 아니다"라며 거부당했다. 고씨는 군인연금급여재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지난 6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