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특별대리인이 소송을 수행하던 중에 회사 대표이사가 선임됐다면 법원이 특별대리인을 해임하기 전이라도 대표이사는 적법한 소송수행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화학약품 제조업체 (주)J사가 "간부들이 회삿돈을 횡령했다"며 회사 공동대표이사 고모(50)씨 등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08다85758)에서 회사의 청구를 각하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최근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회사 공동대표이사 중 1인인 하모씨는 회사를 대표해 다른 공동대표이사인 피고 등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고 1심 법원이 특별대리인을 선임해 소송을 진행하던 중 피고 고씨가 파산선고를 받아 대표이사자격을 상실하자 회사는 하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그 사실이 기재된 등본을 법원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후 1심 법원이 변론을 종결해 원고패소판결을 선고하고 판결정본을 특별대리인들이 선임한 회사의 소송대리인에게 송달했고 하씨는 판결송달일로부터 2주 내에 회사를 대표해 항소를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 사건 항소는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자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적법하다"며 "원심이 특별대리인들만이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봐 항소를 각하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주)J사는 회사의 공동대표이사 고모(50)씨 등이 회삿돈 13억여원을 횡령했다며 2006년11월 고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회사측 특별대리인을 선임해 소송을 진행했지만 J사는 증거부족으로 패소했다.
이후 J사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하씨는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은 "특별대리인이 선임된 상태에서 하씨가 항소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며 J사의 청구를 각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