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외화채권으로 상대 기업의 채권을 상계할 때 원화로 환산하는 기준 시점은 소송의 변론종결 시점이나 자동채권의 변제기가 아니라,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이 모두 변제기에 도달해 상계적상(相計適狀)이 발생한 때라는 판결이 나왔다.
2012년 2월 철강 파이프인 강관을 제작하는 아주베스틸은 신화철강과 강관 1kg에 950원을 받기로 하는 조건으로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신화철강은 납품받은 철강을 일본 기업에 수출했다. 신화철강은 아즈베스틸에 2012년 2월부터 4월까지 세 차례 주문을 넣었으나 아주베스틸은 납품을 지체했고, 신화철강은 강관을 제때 넘기지 못해 일본 기업에 손해배상금 1100여만엔을 물어줬다. 이후 아주베스틸은 신화철강이 물품대금을 주지 않자 "1억5600여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납품이 지체돼 일본업체에 손해를 배상한 액수도 제외해야 한다"며 "변론종결 시점인 2013년 8월 29일 100엔에 1133.61원의 환율을 적용해 1억3000여만원을 상계한 2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대구고등법원 민사3부(재팡장 강승준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항소심(2013나5658)에서 "신화스틸이 받을 손해배상채권이 아주베스틸의 물품대금 채권보다 액수가 많으므로 물품대금을 줄 필요 없다"며 원심을 취소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화철강의 아주베스틸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늦어도 일본 거래업체가 신화철강에게 최종적으로 상계처리한 2012년 9월 30일에 발생하고, 아주베스틸의 물품대금 채권 잔액 1억5000여만원은 늦어도 아주베스틸이 제품의 납품을 최종적으로 마친 2012년 10월 30일에 변제기에 도달한다"며 "신화철강의 손해배상채권 1100여만엔의 원화 가치는 상계적상 발생시점인 10월 30일의 기준환율인 100엔에 1371.76원으로 계산한 1억5800여만원이므로 , 잔금채권 1억5600여만원을 초과했으므로 대등액에서 서로 소멸해 더 이상 남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