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조합 정관에 총회 의결 정족수가 '과반수 이상 출석,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적혀 있더라도 시공사와 맺을 계약서에 포함될 내용이나 조합원의 비용 분담 등 조합원 권리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을 바꿀 때에는 조합원 3분의 2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고법 민사3부(재판장 강승준 부장판사)는 최근 조합원 김모(65)씨가 월배지구근생4구역 도시개발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총회결의무효확인소송(2013나21155)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면적식 환지계획에 따라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기로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조합이 환지계획을 면적식에서 평가식으로 변경하고 사업비를 증액하려고 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조합설립인가 당시 내용의 실질적인 변경을 초래하는 것이므로 일반적인 의결정족수로 결정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조합의 정관이 이 사항을 총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하는 경우까지 '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조합원의 과반수 동의'요건에 따르도록 규정한 것은 사회관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재건축조합이 정관의 필요적 기재사항이자 정관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하는 '시공자와의 계약서에 포함될 내용'을 변경하는 사안이나 당초 채택한 조합원의 비용분담 조건 변경을 총회에 상정해 의결하는 경우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규정을 유추적용해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지 못 한 두 차례의 총회 결의는 무효"라고 설명했다.
2008년 설립된 월배지구근생4구역 도시개발사업조합은 정관에 '총회 의결 정족수를 과반수 이상 출석,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한다'고 적혀 있었다. 2012년 10월 조합은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원 38명 중 27명이 참석, 15명의 찬성으로 환지계획을 면적식에서 평가식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결의를 했다. 2013년 2월 다시 임시총회를 열어 38명 중 22명 참석, 20명 찬성으로 정관의 환지계획을 변경하고 사업비 1억9000여만원을 늘리기로 결의했다. 김씨는 "총회 의결은 정족수 부족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