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회사가 운송인에게 발행해준 면책각서는 창고업체에까지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관행상 수입회사는 선하증권없이 우선적인 화물인도를 요청하면서 운송인이 그로 인해 부담할 수 있는 손해 등을 면할 수 있는 면책각서를 교부해준다. 그렇다해도 보세창고업자가 당연히 선하증권과의 상환없이 화물을 인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재판장 윤성근 부장판사)는 최근 최대 석유수입사였던 페타코 페트로륨과 신용장 거래를 해왔던 신한은행(구 조흥은행)이 페타코의 부도로 손해를 입자 선하증권을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경유를 페타코에 내준 A창고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5가합95223)에서 "20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보세창고업자로서 운송인으로부터 통관전의 화물을 인도받아 보관하게 돼있고, 운송인의 인도지시가 있거나 선하증권이 제시되기까지는 이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며 "선하증권을 제출하지 않는 실수입자가 화물의 인도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운송인의 동의를 받거나 화물의 인도를 요구하는 자에게 화물인도지시서를 받아오도록 요구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는 운송인이 페타코로부터 면책각서를 발행받고 화물의 반출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화물의 인도에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수입자가 운송인에게 면책각서를 교부했다고 해서 보세창고업자가 당연히 실수입자에게 선하증권 없이 화물을 인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면책각서가 교부됐다는 사정만으로 운송인이 화물의 인도를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추인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A창고업체는 운송인으로부터 경유를 인도받아 보관해오다 선하증권의 원본이나 운송인의 인도지시서를 받지 않은상태에서 페타코에게 경유를 건네줬다가 모두 멸실됐다. 이에 페타코와 신용장 거래를 해오던 신한은행은 창고업체가 선하증권과의 상환없이 화물을 반출해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