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저가로 발행해 삼성SDS에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1심과 같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창석 부장판사)는 14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배임죄에 대해 면소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SDS 발전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 1심과 같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및 벌금 1,100억원을 선고했다(2009노1422).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이학수 전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을, 김인주 전 전략기획실 사장에게는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김홍기 전 삼성SDS 사장과 박주원 전 삼성SDS 경영지원실장에게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SDS 신주인수권의 공정한 행사가격은 유가증권인수업무에 관한 규정 및 시행세칙을 준용해 평가하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며 "이에 따라 산정한 1999년 당시 주당가치는 14,230원으로 이를 7,150원에 인수하도록 했다면 1/2의 낮은 가액으로 인수한것이 돼 저가로 인수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실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이 공정한 행사가격의 2/3에 이르는 정도가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액'을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며 "공정한 행사가격 14,230원이 실제 행사가격 7,150원의 1.99배에 이르러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액으로 발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범위에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정하는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해 SDS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을 정하는 것이 위법은 아닌 것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이 전 회장 등의 행위정황과 인식능력 및 사회적 지위에 비춰 진지한 노력을 다했다면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그러한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 등은 이재용에게 227억여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해 삼성SDS에 손해를 가했다"며 "원심이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액이 50억원에 미달해 특경가법 제3조1항 제2호 위반죄의 공소시효가 완성됐음을 전제로 면소를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양형이유에 대해서는 "공정한 신주인수권행사가격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볍령이나 확립된 판례 등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낮고 이 전 회장이 SDS가 입은 227억여원 이상을 SDS에 납부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양도소득세 포탈도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며 2004년 이후 점차 차명주식의 규모를 줄여가는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5월29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 혐의에 대해 "공정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이 얼마인지에 관해 심리·판단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었다(☞2008도9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