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열 경기도지사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법정 공방이 엉뚱하게도 법원검찰간 갈등 양상으로 번질 조짐이다.
선고 예정일이었던 18일 심리 재개된 공판에서 재판부가 공소장의 알선수재 혐의에 예비적으로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를 추가·변경할 것을 검찰에 요구한 것과 관련 검찰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여론이 '임 지사에 대한 알선수재 혐의 적용에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먼저 제기하고 나선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서울고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손용근·孫容根 부장판사)는 18일 98년 경기은행 측으로부터 현금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 추징금 1억원의 선고를 받은 임창열 경기지사에 대한 항소심(99노2878) 선고를 연기, 재개된 공판에서 검찰에 공소장 변경 요구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검사의 공소사실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알선수재) 위반 혐의에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 제1항을 예비적으로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다음 공판기일인 2월 8일까지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충분히 검토한 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2항에는 "법원은 심리의 경과에 비춰 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또는 변경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재판부가 주장하는 임 지사에 대한 공소장 변경 요구의 근거도 여기에 있다.
孫 부장판사는 "공소장 변경 요구제도는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2항에 따른 것으로 실무에서 흔히 있는 것"이라며 "검찰은 검찰 고유의 입장에서 '요구에 따를 것인가', '안 따를 것인가'만을 밝히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과 일부 여론이 주장하는 이번 공소장 변경 요구에 대한 해석은 다르다.
법리상의 해석과 운용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임 지사 사건에 대한 내용적인 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재판부가 비교적 형량이 낮은 정치자금법위반혐의를 적용,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 임 지사의 지사직 유지가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孫 부장판사는 "검찰과 피고인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 두자는 의미에서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을 뿐"이라며 "재판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재판부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정치인 봐주기'라는 식으로 미리 판단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며 일부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임 지사 사건을 담당했던 한 수사검사는 "재판부가 비공식적으로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이례적으로 결정문을 통해 공소장변경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선고를 연기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경기은행 박모 상무을 증인으로 채택해 선고를 연기한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孫 부장판사는 "비공식적으로 공소장 변경을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고 직권으로 공소장 변경요구 결정을 한 것"이며 "경기은행 박모 상무의 증인채택 문제도 검찰의 공식적인 요구를 받아들인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