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박주선(64·사법연수원 6기) 의원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깨졌다.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이 기소한 내용 중 '사조직 관련 사전선거운동 혐의'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아 그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는 이유에서다.
항소심 판결이 파기되긴 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진 않았기 때문에 박 의원은 일단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파기 환송심에서 사조직을 동원한 사전선거운동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될 경우 의원직 상실형이 선고될 수도 있어 박 의원은 불안감을 갖게 됐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9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의원의 상고심(☞ 2012도12172)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 의원이 '계림 1동 비상대책추진위원회 등의 사조직을 만들어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내용이 공소사실에 포함돼 있다"면서 "이는 검찰이 공선법상 유사기관 설치금지 위반죄나 사조직 설립금지 위반죄 외에 별도로 사전선거운동죄에 관한 공소를 제기한 것으로 봐야하는데도, 1심은 사전선거운동 혐의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고 항소심 또한 이 부분을 간과한 채 유사기관 설치와 사조직 설립에 대해서만 무죄로 판단해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의원이 총선과 당내 경선을 앞두고 계획적으로 광주 동구 동장 모임에 참석해 도와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원심이 사전선거운동 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것은 타당하다"며 이 부분에 대한 박 의원의 상고를 기각했다.
또 "박 의원과 선거 참모진이 당내 경선에 대비해 모바일 경선인단을 모집하고 지지를 호소한 것은 실질적으로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원심의 무죄 판단은 정당하다"면서 검찰의 관련 상고도 기각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4·11 총선을 앞두고 광주 동구 13개 동에 각각 경선대책위원회 등의 사조직을 설립해 모바일 선거인단을 모집해 경선운동 규정을 위반하고, 지난해 1월 전남 화순의 한 식당에서 동구 관내 동장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 의원은 지난해 6월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국회에서 체포 동의안이 가결돼 구속됐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박 의원의 두 가지 범죄사실 중 광주 동구 관내 동장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하고 박 의원을 석방했다.
서울지검 특수1부장과 대검 수사기획관 등을 지낸 박 의원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으며, 지난 18대에 이어 지난해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도 당선된 3선 의원이다. '옷 로비 사건'과 '나라종금 사건', '현대건설 비자금 사건' 등에 연루돼 세 번 구속됐지만, 세 번 모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오뚝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