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선거 당시 유권자들에 한 약속을 이후에 어겼더라도 법적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는 법원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항소10부(재판장 석호철·石鎬哲 부장판사)는 23일 국민명예협회장이라고 자인하는 김규봉씨(45)가 이한동 국무총리를 상대로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의 공동 정부 파기 선언을 해놓고 공조를 복원하고 국무총리직까지 수락해 국민으로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낸 위자료 청구소송 항소심(2000나71103)에서 이같이 판단,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동적인 정치현실에서 정치인이 기존에 한 발언과 다른 행위를 한 경우 발언을 신뢰한 사람들이 불쾌감이나 배신감 등의 정신적 고통을 받을 수는 있으나, 정치인의 말바꾸기와 국민의 정신적 고통사이에는 사실적·자연적 의미에서의 인과관계는 존재해도 모든 국민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울만한 법률상의 인과관계까지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국회의원은 오직 스스로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국민을 대표, 국회의원과 국민 개개인간에는 구체적 권리·의무 관계가 존재하지 않고 국민의 의사에 반한 결정을 한 국회의원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이나 그러한 결정의 법적 효과의 부정 등은 인정되지 않는 점에 비춰 피고에게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6월 이한동 국무총리를 상대로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동정부 복원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당한 만큼 위자료 3천3백48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내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