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등 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조응천(53·사법연수원 18기)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최창영 부장판사)는 15일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 전 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5고합4).
재판부는 조 전 비서관이 함께 기소된 박관천(49) 경정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57) EG 회장에게 전달한 문건은 대통령 비서실장 등 상부에 보고한 원본이 아니라 추가 출력물이거나 사본이어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상 규정된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은 기록물 생산주체를 명확히 하고 효과적으로 관리·보존해 대통령 직무수행의 역사적 책임성을 강화하고 국가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제정됐다"며 "원본이 기록관에 이관돼 보존되면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 추가 출력물이나 복사본 보존까지 강제할 필요는 없어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의 주장처럼 추가로 출력된 문서가 존재하는 경우에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관리해야 한다면 사본이 얼마가 존재하든 전부 보존하고 훼손시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돼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조 전 비서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유출된 문건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공직기강비서관이 어떤 내용을 조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무상 비밀에는 해당하지만, 조 전 비서관의 행위가 모두 특별감찰 직무범위 내에서 이뤄졌고 박지만 회장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통보하는 것은 이같은 자신의 직무 수행에 해당하기 때문에 혐의가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박 경정의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같은 취지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른바 '정윤회 문건'의 경우 "조 전 비서관이 전달을 지시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문건 형식도 다르다"며 "박 경정이 정윤회씨에 대한 박 회장의 관심을 인지하고 지시 없이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박 경정이 유흥주점 업주 등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골드바 6개(4340만원 상당)를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성 뇌물)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해 박 경정에게 징역 7년에 추징금 4300여만원을 선고했다.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문서 등 청와대 내부 문건 17건을 박지만 회장에게 건넨 혐의로 올 1월 기소됐다. 이후 박 전 경정은 유흥주점 업주에게서 '업소 단속 경찰관을 좌천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