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한모(52)씨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한명숙(69) 전 총리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에서 검찰과 한 전 총리 측은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며 날 선 공방을 벌였다.
15일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2011노3260) 첫 공판에서 검찰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원심은 선입견을 갖고 주요 증거를 누락하는 등의 방식으로 비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했다"며 "유기적으로 연관된 증거를 무리하게 분리해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또 "(건설업자)한씨의 어머니인 김모씨의 (접견기록) 진술은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3억원을 요구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임에도 판단을 빠뜨렸고, 채권내역서 등 주요 증거에 대해서도 판단을 누락했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인한 수사 미진과 입증 부족 책임을 원심 재판부에 떠넘기고 있다"며 "입증책임은 검찰에 있는 것인 만큼 입증에 실패하면 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진술과 증거로 현출된 사건 전체가 진실이 아니더라도 이것만으로는 유죄라고 판단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며 "이를 모두 종합해 판단한 원심을 비판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3월 "대통령 후보 경선비용을 지원하겠다"는 한씨의 제의를 받고 3차례에 걸쳐 미화 32만7500달러와 한화 4억8000만원, 1억원권 자기앞수표 1장 등을 수수한 혐의로 2010년 7월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직접적인 증거는 한씨의 검찰 진술뿐인데, 한씨가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는 등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환전내역이나 금융자료 등 객관적인 증거자료 역시 유죄를 인정할 증거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불거질 수 있는 정치적 논란을 피하고, 앞서 기소된 한 전 총리의 다른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기 위해 재판을 늦춰왔다. 한 전 총리는 총리 재임 시절인 2006년 12월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대표이사로부터 공기업 사장직 인사 청탁과 함께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달 14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