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자 측으로부터 받은 연락처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왜곡된 결과를 내놓은 전직 여론조사업체 대표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도형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45)씨에게 징역 5개월을 최근 선고했다(2016고합1019).
재판부는 "이씨는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여론조사를 통해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할 책무를 저버린 채 특정 예비후보자 측으로부터 전화번호를 제공받아 신뢰도가 낮은 여론조사를 하는 등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가 왜곡된 여론조사결과를 등록해 공표하고 언론에 보도되도록 해 선거권자들의 여론 형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범행 이후에도 왜곡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등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씨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는데다 범행에 동원된 여론조사업체를 폐업한 점, 당내 경선을 위한 예비후보자 사이의 여론조사에 불과했던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했다.
이씨는 올해 1∼2월 2차례 특정 후보자 측 관계자로부터 받은 전화번호로 경북 구미갑 선거구의 여론조사를 해 결과를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5항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할 때 조사 대상의 전 계층을 대표할 수 있는 피조사자를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는 1월 여론조사 때 한 새누리당 예비후보자의 후원회장이 가진 전화번호 6만2000여개를 받아 조사했다. 2월 조사에서는 다른 새누리당 예비후보자의 선거사무소 자원봉사자에게서 지지자 전화번호 7만7000여개를 받아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1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실제 설문 참가 인원이 475명에 불과한데도 1320명으로 늘려 쓰고, 왜곡된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해 공표했다.
경상북도 선거관리위원회는 1차 여론조사가 위법하다고 보고 관련 자료를 요구했지만 이씨는 조작된 결과가 나타난 자료를 제출했다.
한편 이씨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은평갑 예비후보에게 유리하도록 같은 당원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