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나 운문은 번역과정에서 어휘구문의 선택, 배열, 문체, 어감의 조절 등 번역자의 창의와 노력이 들어갈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법원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이동명 수석부장판사)는 국내 티베트 연구가인 김모씨가 티베트를 소재로 한 6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한 KBS를 상대로 “방송의 적지않은 부분에서 자신의 저서인 ‘티베트의 신비와 명상’을 그대로 혹은 교묘히 바꿔 사용했다”며 낸 방송금지등 가처분신청사건(2008카합488)에서 기각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명사 중심의 뜻글자인 한자 단문의 대구(對句) 및 반복으로 이뤄진 운문은 원저작물이 갖는 특성상 그 번역과정에 어휘나 구문의 선택, 배열, 문체, 어감의 조절 등 번역자의 창의와 정신적 노력이 깃들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다”며 “KBS영상물 속의 어휘선택이 일부 유사했더라도 번역에 관한 창작적 특성이 감지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신청인이 주장하는 저작권 침해사례들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닌 아이디어나 이론 등 사상의 차용에 해당하거나 신청인 서적과 KBS영상물 전체 내용에 비춰 극히 일부의 비중을 차지하는 단어의 문자적 유사성을 지적하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 저작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신청인이 선구적으로 연구했다는 티베트 관련 정보들은 최근에 각종 매체를 통해 대중화됐다”며 “그런 점에 비춰 KBS에 영상물의 방영·배포 등의 전면금지 및 원본필름의 집행관 인도를 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