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측의 편집국 폐쇄에 반발해 24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국일보 기자들이 "편집국 폐쇄를 중단하라"며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일부 받아들여졌다. 사측은 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 기자 151명에게 1일당 20만원씩 총 3020만원의 간접강제금을 지급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강형주 민사수석부장판사)는 8일 한국일보 기자 151명이 ㈜한국일보를 상대로 낸 취로방해금지 및 직장폐쇄해제 가처분 신청(2013카합1320)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기자들이 한국일보 편집국 사무실을 점거해 사용자의 출입을 통제했다거나 업무를 방해하는데 가담했다고 볼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회사가 먼저 기자들의 편집국 사무실과 신문기사 작성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은 정당성이 없는 직장폐쇄"라고 밝혔다.
또 "기자들에게 회사의 명령에 따른다는 확약서 작성을 요구한 것은 기자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회사가 기자들을 기사 작성 업무에서 배제해 신문 발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적 요청에 반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 보장에도 중대한 저해요소가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이영성 전 한국일보 편집국장이 낸 전보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2013카합1060)에 대해서는 "인사위원회 개최 장소 변경 통지를 하지 않아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서 해고의 효력은 정지했지만, 전보명령과 대기발령 효력정지 부분은 편집강령규정을 위배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일보 사측은 기자들이 장재구 회장이 단행한 인사에 반발하자 지난달 15일 용역을 동원해 편집국을 일방적으로 폐쇄하고 토요일 당직 근무 중이던 기자들을 내쫓았다. 또 전 사원에게 근로제공 확약서 작성을 요구하고 서명하지 않으면 편집국에 들어올 수 없다고 공지해 논란을 일으켰다. 현재 사측의 조처에 반발하는 기자들은 강제퇴사 조치됐고 기사작성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아이디가 삭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