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를 상대로 청구한 반론보도 내용이 명백하게 거짓으로 드러났을 때에는 언론사가 반론보도를 거부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지난 23일'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됐던 여운환(52)씨가 '불법 로비 및 수사 방해 의혹'을 제기한 동아일보를 상대로 낸 반론보도심판청구사건 상고심(☞2004다50747)에서 반론보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반론보도청구인이 스스로 반론보도청구의 내용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청구하는 경우는 반론보도청구권을 남용하는 것으로 헌법적 보호 밖에 있는 것이어서 반론보도청구권을 행사할 정당한 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반론제도가 본래 반론보도내용의 진실여부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 것이어서 허위반론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반론보도청구인에게 거짓말할 권리까지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여씨는 동아일보가'여씨가 이용호씨로부터 활동비 및 로비자금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받았다','여씨가 삼애인더스 해외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해 이씨로부터 로비자금을 받았다'는 등의 보도를 하자 반론보도를 청구했다.
동아일보는 2002년 2월 여씨의 반론보도 청구의 일부를 받아들인 1심판결에 따라 여 씨의 반론을 보도했으나, 2심 계속중이던 2003년 7월 대법원은 여씨에 대한 별도의 형사재판에서 동아일보가 보도한 의혹 부분에 대해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