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성추행 장면을 TV에 내보낸 방송국PD와 방송에서 성추행범의 음경노출증 등 병명을 말한 상담의사에게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安泳律 부장판사)는 11일 지모씨가 SBS 방송국 PD 박모씨와 성의학 상담의사인 설모씨를 상대로 "자신의 지하철 성추행 장면을 찍고 자신의 실명이 들어간 신문기사를 모니터해 방송에 내보내 명예가 훼손됐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0가합4673)에서 "박씨는 5백만원, 설씨는 2백만원을 지씨에게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씨의 성추행 행위는 인정되지만 지씨의 개인적인 신상까지 국민 알권리의 대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박씨는 지씨의 신원보호을 위해 노력했어야 함에도 불완전한 모자이크 처리와 실제 목소리, 신원을 그대로 밝힌 신문기사를 모니터해 방송했고, 상담의사 설씨는 상담 중 알게 된 지씨의 병명 등을 방송에서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지씨는 97년1월 지하철 수사대와 동행 취재하던 SBS '추적, 사건과 사람들' 제작팀에 성추행 행위를 들켜 성추행 당시의 장면과 며칠 후 담당PD 박씨의 권유로 가진 성상담의사 설씨와의 상담장면이 방송되자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