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개봉시기는 투자계약의 주된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제작 사정으로 당초 약속보다 개봉이 지연돼 투자자가 손해를 입더라도 영화제작사나 투자주관사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실미도’나‘왕의남자’등 관객이 천 만명을 돌파하는 영화가 나올 정도로 국내 영화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대법원의 첫 판결로 앞으로 영화 투자계약의 해석과 관련한 분쟁의 판단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李揆弘 대법관)는 2004년 11월 개봉된 영화‘귀여워’의 제작에 투자했던 비앤비개발(주)가“약속보다 개봉이 늦어지는 바람에 손해를 입었다”며 영화 투자주관사였던 (주)튜브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05다63726)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지난달 27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민법 제544조에 의해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당해 채무가 계약의 목적 달성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채권자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주된 채무이어야 하고 부수적인 채무를 불이행한 데에 지나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투자계약의 주요 내용에 개봉예정이 2003년 상반기로 되어 있으나 이는 영화제작의 현실상 제작 및 개봉과정에서 투자계약 성립 당시 예상하지 못한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해 개봉이 지연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개봉이 예측되는 시기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기재해 둔 것일 뿐”이라며“따라서 (계약서의 개봉 예정일은) 영화제작에의 투자 및 수익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계약에 있어 지켜지지 않으면 그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주된 채무가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원고는 유명배우 김석훈과 손예진이 주연하고 2004년 11월 개봉된 영화‘귀여워’에 3억6천만원을 투자했다 손해를 보자“2003년 상반기에 영화를 개봉하기로 한 당초 합의를 어기고 이듬해 가을에 개봉하는 바람에 손해를 입었다”며 투자주관사인 피고를 상대로 투자금 전액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내 1,2심에서 모두 패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