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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독감 예방접종 열흘 뒤 돌연 희소성 신경질환 진단 받았다면…"접종, 증상 간 인과관계 인정"
<사진=연합뉴스> 독감 예방접종 후 갑자기 희소성 신경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면, 예방접종과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서울고법 판단이 나왔다. 1심에서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항소심에서 뒤집힌 것이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 김형진·박영욱 고법판사)는 18일 A 씨의 유족이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피해보상 신청 반려 처분 취소소송(2022누50771)에서 원고패소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A 씨는 2015년 10월 전북 남원의 보건소에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맞고 열흘 뒤부터 양쪽 다리 근력저하 증상으로 인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이후 다른 병원에서 길랭-바레 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으로 최종 진단을 받았고, 2016년 11월 지체(하지기능)장애 4급 결정을 받았다. A 씨는 독감 예방접종 전에는 특별히 다른 증상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2015년 12월경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1조 제1항에 따라 질병관리청(당시 질병관리본부)에 예방접종 피해보상을 신청했다. 질병청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과 길랭-바레 증후군 간의 관련성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현재 추진 중인 정책연구용역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A 씨의 신청에 대한 심의를 보류한다"고 통지했다. 2017년 7월 질병청은 "이상반응이 출현한 시간적 순서에 백신 접종과의 근접성이 있으나 예방접종 이전에 어지럼증으로 신경과 지료를 받은 기록이 있고, 임상 양상 면에서 길랭-바레 증후군의 진단 기준과 일치도가 떨어진다"며 예방접종과의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했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이의신청을 했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되자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소송 제기 이후 A 씨가 사망하게 되면서 배우자 및 자녀들이 소송절차를 이어받았다. 1심은 A 씨의 증상이 길랭-바레 증후군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지만,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질병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하지만 2심에서는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과 A 씨의 증상이 발생한 사이에는 시간적 밀접성이 있고,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통적으로 예방접종이 길랭-바레 증후군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받아들여져 왔고 질병청도 예방접종 후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의 한 가지로 길랭-바레 증후군을 예시하고 있다"며 "비교적 최근에 이뤄진 일부 연구에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과 길랭-바레 증후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A 씨의 증상이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A 씨는 예방접종 전 감기 증상을 보인 적이 없고, 오히려 A 씨의 감기 증상은 예방접종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질병청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A 씨의 감기 증상이 길랭-바레 증후군 관련 증상의 원인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감정의는 '길랭-바레 증후군 관련 증상이 원인불명이라거나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이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어, 결국 예방접종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소견을 각 제시했는데, 감정 소견을 배척하고 이를 신뢰할 수 없다고 볼만한 별다른 사정 역시 없다"고 부연했다.
독감
질병관리청
인과관계
예방접종
한수현 기자
2024-04-23
민사일반
의료사고
[판결] 혈종 진단 놓쳐 하지마비… 대법 "의사 주의의무 위반 여지"
허리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척추 경막외 혈종을 간과해 환자를 돌려보낸 뒤, 증상이 악화돼 환자의 다리가 마비됐다면 전공의가 주의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충남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20다217533)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 13일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4년 10월 허리통증으로 충남대병원 응급실에 찾았고 전공의 B 씨는 요추 MRI 검사을 진행했다. B 씨는 척추관 협착증과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하면서 전공의는 다음 날부터 3일간 휴일이어서 담당 교수 회진이 없고, 입원을 하더라도 수술 없이 보존적 치료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집 근처 정형외과에 입원해 치료받다가 증상이 나빠지면 다시 오겠다"고 했고 B 씨는 A 씨 자택 인근의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전원 조치를 했다. 그런데 A 씨는 마미증후군 등 신경학적 증상이 악화했고 충남대병원으로 다시 전원돼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하지마비의 영구장해가 발생했다. A씨와 그 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2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은 "수술이 아닌 보존적 치료방법을 선택해 전원 조치를 한 것은 진료 방법 선택의 합리적 범위에 있다"며 "B 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 씨를 전원하면서 A 씨가 통상적 업무처리에 따라 요추 MRI 검사 결과 등 의료정보를 제공했을 것이고, 신속한 수술을 받지 못한 것이 전원 조치 시 B 씨가 출혈 증상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없다"며 "A 씨에게는 가벼운 신경학적 증상만 있어 수술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으므로 설명의무 위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B 씨에게 과실이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진단상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는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하면서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재판부는 "A 씨의 요추 MRI 검사 결과에는 흉추와 요추에 걸쳐 상당량의 경막외 혈종이 나타났는데, 척추 경막외 혈종은 발생 후 12시간 이내 수술받지 않으면 하지마비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환자에게 당장의 중한 신경학적 증상이 보이지 않아 보존적 치료를 선택하더라도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환자의 상태를 안정시키고 복용 중인 약물을 확인해 출혈성 경향이 있는 약물의 복용을 중단하도록 하는 조치를 했어야 한다"며 "B 씨는 영상의학과의 판독 없이 MRI 검사 결과를 자체적으로 확인하면서 A 씨에 대한 상당량의 척추 경막외 혈종을 진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B 씨가 A 씨의 요추 MRI 검사에서 척추 경막외 혈종을 쉽게 진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B 씨가 이를 진단하지 못했다면 그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는지 △A 씨의 상태에 비춰볼 때 B 씨가 선택한 보존적 치료가 적절한 조치였는지 △더불어 전원 조치를 할 때 척추 경막외 혈종 등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전원 병원 의료진이나 A 씨 또는 보호자에게 제대로 제공 또는 설명했는지 △B 씨가 이러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그로 인해 A 씨의 하지마비에 영향을 줬는지 등을 심리해 B 씨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와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여부 등을 판단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의료사고
병원
진료상주의의무
오진
박수연 기자
2023-07-30
의료사고
전문직직무
[대법원이 주목한 판결] 의사가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했다면 미성년자 환자에게 설명 안했어도 ‘의무 이행’
[대법원 판결]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의료행위에 대해 설명했다면 그 설명이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해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전달됨으로써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는 대법원 첫 판결. 원칙적으로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해서도 의료행위에 대해 설명할 의무를 부담하지만, 대체로 미성년 환자는 친권자 등과 함께 병원에 방문하며 의사가 친권자 등에게 설명할 때 함께 있거나 친권자 등으로부터 구체적인 설명을 전해 들어 의료행위를 수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이유. 다만 대법원은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더라도 △미성년자에게 전달되지 않아 의료행위 결정과 시행에 미성년자의 의사가 배제될 것이 명백한 경우나 △미성년자인 환자가 의료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보이는 경우엔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해야 한다고 부연. 대법원 민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 2020다218925(2023년 3월 16일 판결) [판결 결과] A 씨 등이 서울대학병원(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 담당변호사 문정일,조정민,차한성,황정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 중 피고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 [쟁점] △의사에게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설명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 △미성년자인 환자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의료행위에 관해 설명한 것을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 이행으로 볼 수 있는 경우인지 여부 [사실관계와 1,2심] 2016년 6월 12세(11세 7개월)이던 A씨는 '모야모야병' 치료를 위해 서울대병원을 찾아 어머니 B 씨와 함께 치료를 위해 간접 우회로 조성술 시행 전 뇌혈관 조영술을 받아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약 보름 뒤 병원에 입원해 7월 1일 오전 10시경 조영술을 받은 A 씨는 12시경부터 입술이 실룩거리는 경련 증상을 보였고 잠시 나아지다가 다시 경련 증사를 보이자 그날 오후 뇌 MRI 촬영을 한 뒤 좌측 중대뇌동맥에 급성 뇌경색 소견으로 중환자실로 옮겨 집중치료를 받았다. 10여일 뒤 A 씨는 간접 우회로 조정술을 받은 뒤 일주일 뒤 외퇴원했지만 후유증으로 영구적인 우측 편마비와 언어기능 저하가 발생했다. 이에 A,B 씨는 조영술 시행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패소 판결했지만, 2심은 병원 측이 환자인 A 씨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A 씨에게 2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요지)] "의사가 의료행위를 할 경우에는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신체에 대한 위험과 부작용 등에 관해 환자가 의사결정을 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환자가 수술 등의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다. 의료법과 관계법령들의 취지에 비춰보면 환자가 미성년자라도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이상 자신의 신체에 위험을 가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어 원칙적으로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해서 의료행위에 관해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환자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의 보호 아래 병원에 방문해 의사의 설명을 듣고 의료행위를 선택·승낙하는 상황이 많다. 이 경우 의사의 설명은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이뤄지고 미성년자인 환자는 동석해 그 내용을 듣거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으로부터 구체적인 설명을 전해 들어 의료행위를 수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직 정신적·신체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자에게 언제나 의사가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하고 선택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그와 유대관계가 있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해 설명이 전달돼 수용하게 하는 것이 복리를 위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따라서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의료행위에 관해 설명했다면, 그 설명이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해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전달됨으로써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더라도 △미성년자에게 전달되지 않아 의료행위 결정과 시행에 미성년자의 의사가 배제될 것이 명백한 경우나 △미성년자인 환자가 의료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보이는 경우처럼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에 관해 설명하고 승낙을 받을 필요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의사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 대한 설명만으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 때는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해야 하며,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의 나이, 자신의 질병에 대해 갖고 있는 이해 정도에 맞춰 설명해야 한다." [대법원 관계자] "의사의 의료행위와 관련해 미성년자에게 설명의무가 있는지 여부 및 설명의무 방법에 대한 첫 판시다." [관련 의학 지식] 모야모야병은 윌리스환 주요 분지의 한쪽 혹은 양쪽의 협착 또는 폐색을 보이면서 뇌기저부에 비정상적인 미세한 측부순환의 망을 형성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비교적 흔하지 않은 대뇌혈관폐쇄성 질환.
미성년자
의료사고
설명의무
의료행위
박수연 기자
2023-04-05
민사일반
의료사고
[판결](단독) ‘보호의무자 요건 결여’ 이유 퇴원시킨 정신질환자 사망
정신병원이 '강제 입원 환자'를 가족들의 동의 없이 '자의 입원 환자'로 전환하고 퇴원시켰는데 환자가 사망한 경우 유족은 병원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서울중앙지법 민사207단독 경정원 판사는 지난 8월 23일 A 씨의 어머니가 서울시와 B 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가단5084894)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 씨는 2019년 10월 B 의료법인이 운영하는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A 씨의 입원은 A 씨의 누나인 C 씨가 병원에 보호 입원을 신청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소견을 토대로 이뤄졌다. 이후 이 병원은 A 씨에 대한 입원 연장을 청구해 기초자치단체장으로부터 입원기간 연장 통지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병원은 2020년 2월 "C 씨가 보호의무자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A 씨의 보호 입원을 '자의 입원 신청'에 따른 자의 입원으로 전환했다. 이후 병원은 A 씨가 퇴원 요청을 하자 주치의 면담을 거쳐 같은 해 3월 퇴원 조치했다. A 씨는 퇴원한 지 1주일 무렵 서울의 한 하천변 산책로에서 추락해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A 씨의 어머니는 "B 의료법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임의로 자의 입원으로 전환하고 가족들 반대에도 불구하고 퇴원시켰다"며 "병원의 보호의무 위반 또는 불법행위로 A 씨가 퇴원 직후 정신질환이 악화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경 판사는 "A 씨의 어머니는 A 씨가 병원에 입원할 당시 치매 등을 이유로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다"며 "A 씨의 누나인 C 씨가 보호 입원을 신청할 수 있는 보호의무자로서 민법 제974조의 부양의무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생계를 같이하는 친족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법 제974조는 '직계혈족과 배우자, 생계를 같이 하는 기타 친족 간에는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또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39조 제1항은 '민법에 따른 후견인 또는 부양의무자는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가 된다'고 정하고 있다. 경 판사는 "생계를 같이 하는 친족인지는 한 세대 내에서 거주하거나 환자에게 경제적 부양을 제공하는 등 동일한 생활자금으로 생활해왔는지에 따라 판단돼야 하는데, 증거만으로는 C 씨가 A 씨와 동일한 세대에서 거주하거나 경제적 지원을 했다고 보기 어려워 부양의무자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C 씨가 보호의무자로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B 의료법인이 A 씨에 대한 보호 입원을 자의 입원으로 전환하거나 A 씨의 의사에 따라 퇴원시킨 조치는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가 하천변 산책로에서 추락하는 순간을 목격한 사람은 없고, 최초 발견자는 경찰 조사 당시 A 씨가 고의로 떨어진 것인지 실수로 떨어진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며 "부검에서도 의도적 사고인지 여부에 관해 미상이라는 의견이 제시돼 증거만으로는 A 씨가 퇴원 후 정신질환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 인정하기도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한 의료전문 변호사는 "판결은 법적 책임 유무를 법 규정에 따라 판단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의료적 입장에선 환자의 의학적 증상과 입원 경위에 비춰볼 때 정해진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고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지 의문일 수 있다"며 "다만 환자를 권리 주체로 보고 존중하는 최근의 법적 시각에서는 법률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걸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행위능력 등을 무시하고 퇴원조치를 불가능하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양의무자
퇴원조치
병원보호의무
이용경 기자
2022-10-13
의료사고
행정사건
[판결](단독) 환자의 압박으로 진찰 없이 처방전 교부했다면
환자의 지속적인 압박에 3회에 걸쳐 진찰 없이 처방전을 교부한 의사에게 2개월간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A 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소송(2021구합71663)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 씨는 2017년 5월과 8월, 11월 자신이 운영하는 내과의원에서 B 씨를 직접 진찰하지 않았는데도 처방전을 작성해 B 씨의 배우자에게 총 3차례 교부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2018년 6월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이 확정됐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2021년 6월 A 씨에게 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고, 이에 반발한 A 씨는 소송을 냈다. A 씨는 "B 씨 측의 지속적인 압박에 못이겨 발생한 일이고 위반 횟수도 3회에 불과하다"며 "복지부의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진찰은 의사가 환자의 용태를 직접 듣고 관찰해 병상 및 병명을 규명하고 판단하는 것으로서, 환자에 대한 처방이나 진료행위보다 선행돼야 한다"며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면 처방 당시 환자의 증상이나 질병을 치료하는데 적합하지 않은 의약품이 처방돼 그 치료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2020년 2월 시행된 의료법 제17조의2 제2항은 환자의 의식이 없는 경우나 환자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동일 상병에 대해 장기간 동일한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 환자의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등 법령에서 정한 사람에게 처방전을 교부해 대리 수령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처럼 A 씨의 위반행위 이후 개정된 의료법도 의사의 진찰 없이 처방전의 대리 수령이 가능한 범위를 환자의 상태에 비춰 의사의 진찰이 현저히 곤란하고, 처방되는 의약품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때로만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사안에 대해 엄정한 제재조치가 내려지지 않게 되면 의사의 진찰과 처방이 있어야만 조제 및 유통이 가능한 전문의약품이 쉽게 유통됨으로서 의약품의 오·남용을 유발하게 되는 등 공중보건상 위해 발생 정도가 크다"고 판시했다.
의료법제17조
처방전
의사면허자격정지
한수현 기자
2022-09-26
민사일반
의료사고
[판결] '환자 사망 원인' 엇갈린 의사 감정의견에 "병원 책임 못 묻는다" 판단한 원심 파기
불안정성협심증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다가 급성심장사로 사망한 환자의 사망 원인에 대해 재판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상반된 감정 의견을 냈는데 병원 측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이 파기됐다. 대법원은 원심이 상반되는 감정의견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했어야 함에도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하지 않아 심리가 미진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사망한 A 씨의 유족이 B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다270866)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28일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5년 7월 가슴에 답답함을 느껴 침대에서 일어나던 중 실신해 B 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의료진은 불안정성협심증으로 판단해 풍선 혈관 성형술을 시행했다. 이후 A 씨는 상태가 호전돼 닷새 뒤 심부전 치료제인 네비레트정 등을 처방 받고 퇴원했다. 약 2주 뒤 A씨는 명치부위에 답답함을 느껴 진료를 받았다. 의료진은 혈압이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한 뒤 네비레트 처방을 중단했다. 엑스레이 검사에서 의료진은 우측 흉수를 발견했지만 협심증으로 인한 변화로 보아 추가 검사를 하진 않았다. 약 3주 뒤 A 씨는 다시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느꼈지만 병원은 기립성 저혈압으로 보고 더 검사하지 않았다. 1주일 뒤 A 씨는 다른 병원의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급성심장사로 사망했다. 이에 유족들은 B 대학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 과정에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소속 감정의는 B 대학병원이 A 씨의 증상을 기립성 저혈압으로 진단한 것은 적절했으나, 실신 증상이 시술 후에도 계속됐다는 점 등을 들어 추적을 위한 추가 검사와 조치가 있었다면 결과가 다를 수 있었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소속 감정의는 추가 검사 없이 약물을 조절하면서 경과를 관찰한 조치에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법원은 A 씨의 상태에 대해 전문가들이 상반된 의견을 내놨음에도 2심이 신빙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A 씨의 사인이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의료진이 A 씨에게 추가적인 검사나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이 주의의무 위반으로 평가된다면 A 씨의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며 "원심이 추가 심리를 해야 했다"면서 원심을 파기했다.
의료분쟁
오진
병원
박수연 기자
2022-08-26
민사일반
의료사고
[판결] X-레이 촬영 중 낙상한 뒤 뇌출혈로 사망… "병원, 관리 소홀 책임 있다"
엑스레이(X-ray) 촬영 도중 뒤로 넘어져 뇌출혈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병원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의료진이 낙상 사고로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상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환자의 담당의사가 바뀌는 경우 그 사실을 전달해 지속적 관찰이 필요했는데도 병원 측이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망한 A씨의 유족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8다263434)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4년 11월 전신 위약감, 기억력 감소 등으로 의정부의료원에서 추가 검사를 권유받고 다음날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운영하는 중앙보훈병원 신경과를 찾았다. 이 병원 신경과 의사는 뇌혈관 질환, 경동맥 협착, 만성음주로 인한 인지기능저하 등의 진단을 내리고 A씨를 응급의학과로 전과 조치했다. 응급의학과 의사는 A씨에 대해 엑스레이 검사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런데 A씨는 흉부 엑스레이를 찍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갑자기 뒤로 넘어지면서 실신했다가 응급실로 돌아왔다. 이후 A씨는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위해 영상검사실로 이동했지만 검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다시 응급실로 돌아온 A씨는 약 4시간 뒤 입원을 기다리던 도중 10초가량 양쪽 팔다리에서 경련 증상이 나타났다. 당시 뇌출혈이 발생한 상황이었으나 의사는 경련증상을 보고 알코올 중단에 따른 금단성 경련이라 여기고 항경련제만 투약했다. 이튿날 뇌 의료진은 뇌 CT(컴퓨터 단층 촬영) 검사로 A씨의 뇌출혈을 확인해 개두술과 뇌내 혈종제거술을 실시했지만 A씨는 보름여 뒤 사망했다. 이에 유족 측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의사가 진찰·치료 등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춰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여러 명의 의사가 분업이나 협업을 통해 의료행위를 담당하는 경우 먼저 환자를 담당했던 의사는 이후 환자를 담당할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특히 환자가 병원에서 검사나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넘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면 담당의사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환자의 건강유지와 치료를 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담당의사가 바뀌는 경우 나중에 담당할 의사에게 사정을 알려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부종은 낙상 사고로 바닥이나 기계 등 물체에 부딪히며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고, 사고 4시간여 뒤 경련증상이 나타나 통상적인 의료수준에 비춰 의료진은 사고로 발생한 뇌출혈이 경련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고 직후 응급실에서 의료진은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조치를 했을 뿐 머리 부위의 상처 발생 등을 살펴본 사정은 없고 사고 사실이 담당 의사에게 잘 전달되지도 않았다"면서 "사고 발생 후 약 19시간이 지나서야 뇌 CT검사를 통해 수술을 시행했는데 만약 의료진이 사고 이후 지속적으로 살피며 경련 증상이 나타났을 때 바로 검사를 시행했다면 더 일찍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있어 병원 의료진에게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은 의료진이 필요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원고패소 판결했다.
낙상
주의의무
의료
병원
박수연 기자
2022-04-12
민사일반
의료사고
[판결](단독) 가슴 성형 5년 뒤 보형물 터져 모유에 섞여 아기가 먹었어도
가슴 성형수술을 한 여성이 출산 후 모유에 실리콘 보형물 성분이 섞여 나온다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보건 당국이 신고를 접수하고 실태 조사에 나서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었다. A씨는 2011년 6월 서울 신사동 B성형외과에서 미국 앨러간사의 실리콘 젤(gel) 성분의 보형물을 삽입하는 유방확대성형술을 받았다. 5년 후인 2016년 4월 딸을 출산한 A씨는 같은 해 7월 아이에게 모유를 수유하던 중 왼쪽 가슴에서 끈끈한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대학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유방확대에 사용된 보형물이 파열돼 유선으로 실리콘 젤이 흘러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A씨는 같은해 8월 양쪽 유방에서 보혐물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에 A씨와 가족들은 "B병원 측이 과실로 수술과정에서 보형물을 파열시켜 모유로 실리콘이 유입돼 아기가 먹게 됐다"며 "보형물 파열로 유선조직이 손상될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해 아기가 먹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며 치료비와 위자료 등 5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5부(재판장 유석동 부장판사)는 A씨와 가족이 B성형외과 의사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합513526)에서 최근 원소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의료행위는 일반인이 의사나 병원 측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을 밝히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의료상 과실 외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의료상 과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면서도 "다만,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실리콘 젤이 흘러나온 것은 이미 수술 뒤 5년이나 지난 시점이고 수술 후 2년간 B병원에서 추가 치료를 받을 때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데다 인공보형물은 제조상의 결함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C씨가 수술 중 도구를 잘못 조작하는 등의 과실로 보형물이 파열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특히 이 사건 보형물과 같은 종류의 보형물인 '내트렐 라운드 디바이스(Natrelle Round Devices)'의 경우 원인불명과 제품손상에 의한 파열 비율이 각각 36.6%와 3.1%에 이르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의사는 의료행위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등에 관해 설명함으로써 환자가 의료행위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게 할 의무가 있지만, 의료행위로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 의료수준에 비춰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의사에게 지울 수는 없다"며 "이 사건 이전에 (보형물 성분이 모유에 녹아든) 유사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는데다 (이는 보형물 삽입과 관련한) 전형적인 부작용이 아닌 점, 미국 등에서 시행되는 연구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 사건 보형물과 모유 수유 사이에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C씨에게 그러한 설명의무까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실리콘 젤은 고분자 물질로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배설되며, 흡수된다고 해도 안전기준이 정한 기준 이하로 인체위해 우려가 거의 없는 점 등으로 볼 때 (모유를 먹은) A씨의 딸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관련 제품 재평가를 실시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6월 실리콘 젤 인공유방 수술 후 3년이 되면 자기공명영상검사(MRI)로 파열 여부를 확인하고, 모유 수유 전에도 전문의에게 판결여부를 진단받으라는 내용을 제품 사용상 유의사항으로 추가하도록 조치했다.
인과관계
주의의무위반
의료행위
성형수술
박수연 기자
2018-06-11
국가배상
군사·병역
의료사고
[판결](단독) 독감 주사 놓다 수은 주입한 軍의무대
군대에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다 의무대의 실수로 몸에 수은이 주입된 남성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김모씨는 제대를 석달 앞둔 2004년 9월 의무대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받았는데 주사를 맞은 후 오른쪽 팔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방사선 검사 결과 김씨의 팔에서 이물질이 발견됐고, 김씨는 같은해 12월 '오른쪽 어깨 이물 주입상태'라는 병명으로 공무상병 인증서를 받은 뒤 만기 제대했다. 제대 후 김씨는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았는데 혈중 수은 농도가 120(체내 수은 농도 안전기준치 5 미만)에 달했다. 조직 검사 결과 김씨의 팔에서 발견된 이물질이 수은으로 의심된다는 진단이 나오자 김씨는 수술을 해 수은 덩어리를 빼냈다. 김씨는 부대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맞던 무렵 의무대에서 수은이 함유된 체온계와 혈압계를 사용했으며 당시 체온계가 깨지는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2006년 6월 "국가가 부대 내의 수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예방접종시 다량의 수은이 주입됐다"면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김씨는 이와 별도로 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등록도 신청했지만 2011년 10월 거부당하자 행정소송도 냈다. 우여곡절 끝에 보훈청의 등록거부 처분을 취소하는 내용의 판결을 받아냈지만, 부상 정도가 상이 등급 기준에 미치지 못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그러자 김씨는 행정소송에서 예방접종과 수은 주입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받은 점을 토대로 2015년 12월 다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국가는 "김씨가 2011년 10월 보훈지청에서 국가유공자 비해당 결정 통보를 받은 후 소멸시효인 3년이 지나 소송을 냈다"며 "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국가는 2100만원을 지급하라"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국가는 김씨가 제기한 민사소송과 국가유공자 등록신청, 행정소송에서 과실을 부인했고, 결국 4년에 걸친 소송 끝에 공무 관련성을 인정받았지만 상이등급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또다시 유공자 비해당 결정을 내렸다"면서 "국가가 국가의 과실로 상해를 입은 김씨에게 시효 소멸을 주장해 손해배상을 거절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최근 1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2017나15989) . 재판부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의 기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며 "김씨는 처음 소송을 제기한 2006년 6월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한데 그로부터 3년은 물론 불법행위일인 2004년 9월경부터 5년이 경과한 2015년 12월에 소송을 제기해 김씨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이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하지만, 행정소송의 판결 이유에서 김씨의 청구원인이 인정됐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권 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소멸시효
손해배상
군대
예방주사
의무대
이순규 기자
2017-09-21
소비자·제조물
의료사고
[판결] "공개된 치료방법 이용 유사 의료기기 판매, 부정경쟁 아니다"
비슷한 의료기기를 만들어 팔았더라도 그 기기가 이미 널리 공개된 치료법을 이용한 것이라면 위법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해당 치료법 자체의 독점적·배타적 지위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3부(재판장 이규홍 부장판사)는 통증치료법 연구자 A씨와 의료기기 생산업체 B사가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과 유사한 상품을 출시한 C사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금지 등 청구소송(2016가합534984)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A씨는 미세전류를 이용해 통증을 줄이는 치료법인 '비침습적 무통증 신호요법(Scrambler Therapy)'을 개발한 뒤 B사와 계약을 맺고 2011년 7월부터 이 치료법을 토대로 의료기기인 '페인스크램블러(Pain Scrambler)'를 제조·판매했다. A씨는 연구내용을 논문에 게재하고 학회에서 발표했으며 2014년 8월 관련 특허도 취득했다. 그런데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C사가 지난해 1월 A씨의 치료법을 구현하는 유사 의료기기인 '페인잼머(Pain Jammer)'를 제조·판매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A씨 등은 지난해 6월 "오랜 연구를 통해 치료법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위해 임상시험, 마케팅 등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였다"며 "C사가 이런 성과물을 무단 도용해 부정경쟁방지법과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냈다. 다만 특허 관련 부분은 제외했다. 이에 C사는 "A씨 등이 도용했다고 주장한 부분은 모두 의료기기에 관한 것으로 치료법과는 구분돼야 한다"며 "비침습적 무통증 신호요법은 과거부터 있던 통증 치료법의 일종으로 이를 단순히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내용 등에 불과해 특허법상 독점적 권리가 인정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맞섰다. 법원은 C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해도 특허를 주장에서 배제한 이상 치료법 그 자체에 독점적 지위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B사도 계약에 따라 권리·의무를 부담했을 뿐 치료법에 상당한 투자나 노력을 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A씨 등이 광고·판촉행위 등 간접 비용을 지출했다고 해도 이를 성과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특허로 보호되지 않는 나머지 부분은 사회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이 "C사가 불법행위 또는 저작권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C사가 이미 시장에서 판매되는 B사의 의료기기를 일부 참조한 것은 사회상규에 반하거나 경쟁질서에 반해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지적재산권법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성과물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인정돼야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며 단순히 타인의 성과물을 이용·모방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인정되는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C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품 심사를 신청하며 A씨의 연구자료 등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서도 "행정절차를 위해 공개된 학술논문을 이용한 것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해당한다"면서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부정경쟁
의료기기
치료법
통증치료법
이순규 기자
201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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