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가 한의사에게 침을 맞고 발가락이 괴사해 절단했더라도 침시술 과정에서 환자가 균에 감염됐다는 점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하면 한의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지난달 24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김모씨에 대한 상고심(2013도16101)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한한의사협회 사실조회결과 당뇨병력이 있는 환자나 당뇨병성 족병변에 대해 침을 놓거나 사혈을 하는 것이 금지돼 있지는 않고, 다만 시술 전에 소독을 철저히 하고 자침 시에 너무 강하게 찌르거나 너무 깊게 찔러 상처를 필요 이상으로 크게 하거나 기타 조직을 손상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돼 있다"며 "일반적인 한의사의 주의정도를 표준으로 했을 때 당뇨 병력이 있는 피해자에게 침을 놓거나 사혈을 한 행위 자체만으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괴사해 절단된 피해자의 족부에서 배양된 균들은 통상 족부에서 발견되는 것이어서, 이러한 균이 김씨가 침을 시술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균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김씨는 2008년 2월 당뇨병 치료중인 환자가 왼쪽발 저리다고 호소하자 혈당수치를 측정하지 않고 왼쪽발에 침을 놓는 시술을 16차례 했다. 이후 환자는 균에 감염돼 왼쪽 발가락이 괴사해 결국 절단했다. 김씨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