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가정의 자녀가 양부의 성·본으로 변경을 원한다면 친부가 변경을 거부하고, 다른 형제들이 친부의 성·본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양부의 성·본으로 바꿔줘야한다는 대법원결정이 나왔다. 이는 민법 및 가사소송규칙 개정과 함께 도입된 '자의 성본변경'에 관한 대법원의 첫 결정으로 앞으로 일선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이와함께 자녀가 성·본을 변경하지 않음으로써 재혼가족 내부적·대외적으로 얻게되는 불이익과 성·본변경이 이뤄질 경우 초래되는 정체성의 혼란이나 친부 및 친형제자매와의 유대관계단절 등으로 겪게 되는 불이익을 비교형량해 자녀의 행복과 이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판단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성·본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범죄기도 및 은폐 등의 불순한 의도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성·본변경을 허가해야한다는 점을 명백히했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이모(47)씨가 "딸의 성·본을 전 남편의 것에서 재혼한 남편의 것으로 변경해달라"며 낸 재항고를 받아들여 청구기각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최근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09스23).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자의 주관적·개인적인 선호의 정도를 넘어 자의 복리를 위해 성·본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고,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돼 있는 등 성·본 변경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성·본 변경을 허가해야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미 성년에 도달해 사리분별력이 있는 사건본인이 성·본변경을 희망하고 있고, 양자로 입양돼 양부와 가족으로서의 귀속감을 느끼고 있으며 양부와 성·본이 달라 취업 등에 불편을 겪고 있다"며 "비록 친부가 성·본변경을 반대하고 친오빠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부모의 이혼 후 친부와 별다른 교류가 없었고 유대관계가 이미 상실된 상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청구가 성·본변경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재항고인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이씨는 지난 82년 남편 구모씨와 결혼해 슬하에 아들, 딸 각 한명을 두고 생활해오다 이혼했다. 이혼 후 딸과 함께 살아온 이씨는 지난 2001년4월 정모씨와 재혼했고, 정씨는 2년 뒤인 2003년께 이씨의 딸을 양녀로 입양해 함께 생활해왔다. 8년 여의 세월이 지난 후 이씨는 딸 구씨가 "양아버지와 성·본이 달라 취업 등을 위해 이력서나 주민등록증을 제출할 때마다 불편을 겪는등 생활의 어려움이 있다"며 성·본변경을 원하자 법원에 성·본변경을 청구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친부가 성·본변경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친오빠는 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성과 본을 변경하는 것이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씨의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