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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피운 배우자 이혼청구 못한다"… 대법원 유책주의 유지
양승태(오른쪽) 대법원장과 민일영 대법관이 15일 오후 2시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를 위해 대법원 2층 대법정에 입장해 법대에 착석하고 있다. 유책주의냐 파탄주의냐를 두고 대법관들이 6대 6으로 의견이 나뉜 상황에서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쥔 양 대법원장이 유책주의를 지지해 50년만의 판례 변경은 불발에 그쳤다. 파탄주의를 지지한 민 대법관은 이날 선고를 마지막으로 6년 임기를 마치고 16일 퇴임했다. 외도 등으로 결혼생활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有責主義)'에 기반한 대법원 기존 판례가 대법관 7대 6으로 가까스로 유지됐다.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유책배우자가 자신의 잘못을 상쇄할 정도로 자녀나 배우자에 대한 책임을 다한 때에는 이혼청구가 가능하다고 밝혀 유책배우자가 이혼청구할 수 있는 길을 확대했다. 법조계 반응은 엇갈렸다. ◇"파탄주의 도입은 시기상조"=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5일 아내와 15년간 별거하며 미성년 혼외자녀를 둔 남편 백모씨가 아내 김모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 상고심(2013므568)에서 대법관 7대 6 의견으로 이혼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혼인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만 있으면 이혼을 허용해 유책배우자도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는 '파탄주의(破綻主義)'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로써 대법원이 지난 1965년 "축첩한 남편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첫 판결(65므37) 이후 50년간 유지해왔던 유책주의는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우리나라는 유책배우자도 협의이혼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판상 이혼까지 파탄주의를 도입할 필연적 이유가 없다"며 "특히 파탄주의에 따라 이혼을 허용할 경우 자녀나 상대방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아무런 법률 조항을 두고 있지 않은 상태라 당장 파탄주의를 도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과 달리 중혼에 대한 형사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곧바로 파탄주의를 도입하면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도 있다"며 "대법원이 그간 유책주의를 고집해 온 것도 중혼관계에 처한 법률상 배우자의 축출이혼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다만 유책배우자가 이혼청구할 수 있는 사유를 확대했다. 재판부는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충분히 이루어진 경우나 △세월의 경과에 따라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돼 쌍방의 책임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에도 이혼청구가 가능해졌다. 대법원은 종래 '상대방 배우자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는 이혼에 불응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혼인의 계속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등 이혼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 한해서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해왔다. "재판상 이혼에 파탄주의 도입할 필연적 이유 없다" 전원합의체 대법관 7대6으로 청구 기각 원심 확정 "특별한 경우 예외"… 유책배우자 이혼청구 길은 넓혀 하지만 민일영·김용덕·고영한·김창석·김신·김소영 등 대법관 6명은 "실질적인 이혼상태에 있는 부부에게는 법률관계를 정리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일뿐만 아니라 유책배우자에게는 재산분할 등에서 충분히 불이익을 줄 수 있어 상대방 배우자도 보호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 "상당기간 유책주의로 운영할 것"= 이번 사건은 사회적 논란이 치열했던 만큼 대법관들도 첨예하게 맞섰고 단 1명 차이로 결과가 정해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근소한 차이로 갈려 조만간 대법원의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판례 변경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원합의체 판결 후 동일한 쟁점의 사건이 다시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판례가 변경된 사례중 가장 빠른 것이 13년이 걸렸다. 재산을 둘러싼 교회분열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2004다37775) 판결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공개변론을 거쳐 전원합의체를 통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음을 선언함으로써 이와 관련된 사회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통해 판결을 선고한 동일한 쟁점에 대해서는 현저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없는 이상 상당한 기간 동안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는 것조차 사실상 제한해왔다"며 "이는 국민의 예측가능성을 보장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사회 규범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법 개정이나 큰 사회·경제적 변화가 없는 이상 향후 상당한 기간 동안 이혼재판 실무는 유책주의에 따라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 "환영" vs "반대" 반응 엇갈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명숙)는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여성변호사회는 "간통죄가 폐지됐지만 간통으로 상처를 입은 상대 배우자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이 파탄주의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판결을 선고했다면 상대적 약자인 여성배우자를 더욱 궁지로 몰고 소위 '축출이혼'의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파탄주의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유책배우자의 위자료 책임을 대폭 높이고 상대 배우자에 대한 부양료를 지급하게 하는 등의 적극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파탄주의로 가면 혼인의 구속력이 느슨해져 결혼 생활의 안정성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국민정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가사전문 변호사는 "의미없는 결혼생활을 무조건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파탄주의를 도입해도 소송 과정에서 이혼 후 자녀 양육이나 상대 배우자에 대한 경제적 보장책 마련 등 미래 지향적인 부분에 심리를 집중시키면 문제가 없을텐데 아쉽다"고 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부터 홈페이지에 선고 원문(http://www.scourt.go.kr/sjudge/1442294817650_142657.pdf)을 공개했다. 또 유튜브를 통해 공개변론 동영상(https://youtu.be/Vf9u2dZlMlI)도 볼 수 있도록 했다.<홍세미·손현수 기자> ▶ 이혼청구 상고심 2013므568 공개변론 영상 보기 ▶ 이혼청구 상고심 2013므568 판결문 전문 보기
유책주의
혼인파탄
파탄주의
유책배우자
협의이혼
간통
자기결정권
홍세미 기자
2015-09-17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무서운 아내 "27살과 바람 났으니 망치로 27대"
바람 핀 의사 남편의 성기를 구둣발로 차고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한 아내가 거액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가 일부만 승소했다. A(31)씨는 대학 부속병원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로 근무하는 남편 B(32)씨의 외도사실을 알고 분노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던 B씨와 결혼하면서 집값과 외제차값, B씨의 대학 등록금까지 지원해줬는데 배은망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A씨의 성형수술 문제, 시댁에 대한 경제적 지원 문제 등으로 자주 다퉈 사이가 좋지 않긴 했지만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와 바람까지 피울줄은 몰랐다. 분노에 찬 A씨는 B씨에게 "외도의 상대방의 나이가 27살이니, 자해를 하고 27바늘을 꿰매면 외도를 용서해주겠다"고 말했다. B씨는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조교수를 통해 아내의 요구를 들어줬으나 용서는 받지 못했다. 분이 풀리지 않은 A씨는 부츠를 신고 B씨의 성기를 발로 차거나 망치로 성기를 27대 때리기도 했다. 이 부부는 결국 결혼한 지 22개월 만에 갈라섰다. A씨는 거액의 위자료도 요구했다. 매달 군입대할 때까지는 600만원, 군의관으로 입대하면 10만원, 공중보건의로 재직하면 300만원, 제대 후 전문의 15년차까지는 700만원을 받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B씨가 약속을 어기자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이정호 부장판사)는 23일 A씨가 B씨를 상대로 "약속한 위자료 13억여원을 지급하라"며 낸 약정금 청구소송(2013가합552493)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A씨의 청구금액은 지나치게 과도하므로 이 가운데 1억6231만여원만 지급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B씨의 외도사실을 알고 난 후 '용서를 받고 싶으면 상간녀의 나이 만큼 자해를 하고 꿰매라'는 요구를 하거나 신발과 망치로 B씨의 성기 부분을 때리는 등 사회통념상 납득하기 어려운 반응을 보였다"며 "약정금 합의 당시 B씨는 A씨로부터 자해 요구를 받았고, 성기 부분을 폭행당하는 등으로 인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고 당시 B씨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나이, 직업, 사회경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급박한 곤궁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혼
위자료
약정금청구
불공정한법률행위
외도
홍세미 기자
2014-10-28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아이 데리고 간 외국인 아내 처벌해야 하나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를 포함해 공개변론을 할 필요성이 높습니다. 어린 자녀를 공동양육하는 부모 중 일방이 다른 일방과 협의하지 않고 자녀를 데리고 출국한 것을 미성년자 약취로 처벌할 수 있는가가 쟁점입니다. 공개변론은 생중계되고 있습니다.”(양승태 대법원장)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는 평소 볼 수 없었던 풍경이 펼쳐졌다. 곳곳에서 방송용 조명이 켜지고, 공중에서는 지미집(Jimmy Jib, 크레인을 이용해 공중촬영이 가능한 장비)카메라가 떠돌며 대법관들의 면면을 비췄다.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법정 공개변론이 TV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는 순간이었다. 공개변론이 열린 사건은 13개월 된 자녀를 남편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데리고 출국한 혐의(국외이송약취 등)로 기소된 베트남 국적의 여성 A씨에 대한 상고심(2010도14328)이었다. 이날 변론내용은 사법부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한국정책방송(KTV)를 통해 생중계됐다. 대법원은 당초 인터넷 중계만을 고려해 20분 지연중계할 예정이었으나, 방송사가 중계에 참여하면서 생중계하기로 했다. 장내에는 300여명의 청중과 기자들이 방청해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공판검사인 이건리(50·사법연수원16기)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미성년자 약취를 형법에 범죄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그 적용 여부를 임의로 선택한다는 것은 법치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실력 행사로 미성년 자녀를 임의로 데리고 나가 보호감독권을 침해하고 자녀 복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묵인한다면 사법부의 존재 이유도 무너지게 되므로 무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바로잡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A씨의 국선변호인인 김용직(58·12기) 변호사는 “아버지가 직장에 나가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어머니가 13개월 된 아이를 그대로 두고 가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A씨가 아이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았으므로 약취죄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측 참고인으로 곽민희 숙명여대 법대 교수가, 피고인 측 참고인으로 오영근 한양대로스쿨 교수가 출석해 각각 의견을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가정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형법이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과 가정에 형법이 개입하지 않으면 인권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김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형법이 가정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다만 지나치게 흉포하거나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벗어난 행위까지 놔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양창수 대법관이 “A씨가 약취죄로 기소됐는데 평화롭게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부부 중 일방이 아이를 데리고 간 것을 과연 약취에서 요구하는 법이 허용하지 않는 유형력 행사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자 곽 교수는 “A씨는 의사능력이 없는 영아를 데리고 갔으므로 사실상 힘의 행사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변론은 양 대법원장이 “제출된 모든 근거자료와 변론을 바탕으로 최선의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 추후 기일을 정해 판결하겠다”고 선언하며 마무리됐다. 이날 대법원을 방문한 나승철(36·35기)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그동안 공개변론이 일반인에 공개돼 있어도 선뜻 찾아가 방청하기가 여려웠던 것이 사실이었다”며 “변론과정이 생중계돼 사법부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제결혼
베트남여성
자녀약취
공개변론
인터넷중계
외국인아내
좌영길 기자
2013-03-25
민사일반
언론사건
엔터테인먼트
이혼·남녀문제
한성주 사생활 보도한 인터넷언론에 500만원 배상 판결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노만경 부장판사)는 13일 방송인 한성주(38)씨가 "허위보도로 명예가 훼손되고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피해를 입었다"며 인터넷언론 기자 O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2012가합4911)에서 "O씨는 사생활 침해로 인한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기사 가운데 한씨의 이혼사유와 가슴 성형수술 등에 관한 크리스토퍼 수의 주장을 그대로 기사화 한 부분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씨의 이혼사유나 스폰서에 관한 크리스토퍼의 주장을 그대로 기사화한 것은 절대적인 보호대상인 남녀 간의 성적교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이는 사건의 본질과 무관하다고 보여 결국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상업적 목적에 기인한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명예훼손 주장에 관해서는 "민·형사상 분쟁 경위에 관련한 보도로 정당한 공적 관심이 대상이 된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한씨는 전 남자친구 크리스토퍼 수가 제기한 의혹을 보도한 기자 두 명을 상대로 3억원씩을 배상하라며 지난 1월 소송을 냈다. 한편 서울동부지검은 13일 한씨와 크리스토퍼 수의 맞고소 사건에 대해 "크리스토퍼 수가 외국에 있으면서 조사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크리스토퍼 수가 한씨를 상대로 낸 집단폭행에 대한 5억원대의 손해배상소송(2011가합135177)은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최승록 부장판사)가 심리하고 있다.
이혼사유
가슴수술
한성주
사생활보도
인터넷언론
허위보도
명예훼손
크리스토퍼수
이환춘 기자
2012-06-14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배심원 3시간 넘는 격론 끝 ‘유죄’ 평결… 재판부서 존중
"재판장님, '술집'을 '남성바'라고 지칭하는 것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배심원단에게 편견을 줄 수 있습니다."(검사) "'남성바'가 (호스트바 인지 여부가) 입증이 안됐다고 용어 사용에 제한을 둔다면 변론을 어떻게 하겠습니까?"(변호인) "용어 선정부터 양측이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감정이 포함될 수 있는 표현은 자제해 주시고 배심원단도 이런 점을 감안해서 들으시길 바랍니다."(재판장) 지난 20일과 21일, 인천시 남구에 위치한 인천지법 제413호 대법정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인천지법 형사12부(재판장 박이규 부장판사)는 1년 동안 사실혼관계로 같이 살던 여성 B(36)씨를 폭행하고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A(37)씨의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했다(2010고합893). 20일 오전 9시 반, '선정기일통지서'를 받은 총 41명의 배심원 후보자가 하나 둘 법정에 모였다. 재판부는 7명의 배심원과 한 명의 예비 배심원을 선정하기로 돼 있었다. 배심원 후보자들은 모두 번호표를 받고 법정으로 들어갔고 배심원 선정절차는 2시간 가량 진행됐다. 배심원 선정절차는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첫 번째 추첨을 통해 선정된 배심원 후보자들에게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배심원을 찾기 위해 여러 질문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은 '가정폭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부강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물은 반면, 변호인 측은 '우리나라 수사기관의 수사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세 차례의 추첨 끝에 비로소 예비배심원을 포함한 8명의 배심원단이 선정됐다. 여성이 3명이었고 남성은 5명이었다. 공판이 시작되자 검찰은 "A씨가 동거녀인 B씨를 안구파열 등이 될 정도로 폭력을 사용했고 흉기를 이용해 피해자를 강간했다"며 총 7가지의 범죄사실을 들어 A씨를 특수강제추행·흉기휴대폭행·특수강간 등 혐의로 기소한 사실을 설명했다. 하지만 곧 변호인은 반박했다. "검찰이 얘기하는 범죄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B씨가 쓴 카드 사용 내역을 보면 B씨는 폭행을 당했다고 한 다음날에도 쇼핑을 하고 남성들이 나오는 술집에 갔습니다. 오히려 B씨는 A씨의 돈을 노리고 A씨와 함께 살았습니다."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인 만큼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변호인 측의 반박은 강력했다. 먼저 피해자 B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이 법대 왼편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 범행 장소로 특정된 방의 깨진 유리창과 피해자를 강간하기 위해 협박할 때 사용했던 흉기와 드라이버 등을 찍은 증거사진을 제출했다. 이후 검찰이 피해자가 A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안구가 파열됐다는 공소사실을 이야기하면서 B씨가 병원에서 찍은 당시 얼굴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B씨의 왼쪽 눈 흰자가 피로 붉어진 모습과 심하게 부은 얼굴 사진을 본 배심원단이 술렁였다. "흉기로 위협을 하며 강간을 했다고 들었는데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검사)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피해자) 피해자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제가 (네,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도록) 물어봐드릴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배심원들에게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가 없어요. 힘드시더라도 본인이 직접 설명하시는 게 낫습니다."(검사) 피해자가 공소사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진술은 1시간 가량 이어졌다. 피해자 진술이 끝나자 재판부는 5분 동안 휴정한 뒤 공판을 재개해 변호인 반대신문을 진행시켰다. "증인의 학력은 어떻게 되시나요?"(변호인) "전문대를 졸업했습니다. 전공은… 전공이 이 사건과 상관이 있나요?"(피해자) "네, 있습니다."(변호인) "연극영화과를 졸업했습니다."(피해자) "고등학교도 예고를 다녔나요?"(변호인) "네."(피해자) 변호인은 이어 피해자가 A씨의 아버지가 준 신용카드를 사용한 내역을 뽑아 증거로 제출하며 남자 종업원이 나오는 술집에 갔는지를 추궁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하던 배심원들도 시간이 지나자 연필을 손에 쥐고 사건 내용을 메모하며 집중했다. 이어진 피고인 신문에서 A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재판은 치열하게 진행됐다. 이번 사건에서 증인으로 출석할 사람은 17명이었다. 첫째날은 A씨에게 폭행을 당해 안구가 파열되던 날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5명이 증인신문을 다 하고나니 재판은 밤 10시 반이 되어서야 일단락됐다. 이튿날 이어진 증인신문에서도 증인들의 진술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등 양측의 공방은 팽팽했다. 이번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기로 하고 검찰과 변호인단은 지난 2월부터 이미 5번의 공판준비기일을 거친 상태였다. 그 과정에서 쟁점들을 정리하고 증거도 미리 제출했지만 실제 재판은 예정과 달리 길어졌다. 21일 오후 7시 예정이었던 선고는 이날 11시가 넘어서야 내려졌다. 배심원단은 저녁 7시반부터 11시까지 치열한 토론을 거친 끝에 유죄를 선고했다. 이날 배심원 평의는 3시간이 넘게 진행됐지만 보통 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의 평의는 4시간이 기본이고 5~6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 배심원단의 평의 결과는 7개 공소사실 중 6개에 대해서는 무죄였다. 다만, A씨가 고의로 B씨의 안구를 파열했다는 혐의(상해)에 대해서는 근소한 차이(4대3)로 유죄 의견이 나왔다.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평의결과를 존중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3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과 보호관찰 2년을 선고했다. 48시간 동안 검사와 변호인의 공방을 날카롭게 지켜보던 '국민 재판관들'의 긴 재판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국민참여재판
성폭행
사실혼
동거녀
안구파열
특수강간
특수강제추행
흉기휴대폭행
정수정 기자
2011-06-27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유책 배우자가 청구한 이혼소송도 허용
장기간 별거로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이른 상황에서 가정파탄에 책임 있는 유책배우자가 낸 이혼청구를 대법원이 받아들였다. 이번 판결은 배우자의 책임정도가 이혼청구를 배척할 정도로 중하지 않고, 세월의 경과로 배우자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이상 의미가 없으며, 혼인관계를 강제로 유지시키면 유책배우자에게 상당한 고통이 따르는 등의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청구를 인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그동안 원칙적으로 유책주의에 입각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기각하면서 예외적으로 상대 배우자가 혼인계속의 의사가 없으면서 오기(傲氣)나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에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해왔다(99므1213, 2004므1033 등). 그러나 유책주의는 혼인파탄이 사실상 부부 일방의 책임으로 발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파탄에 이른 원인 또한 다양해 배우자 가운데 누가 이혼원인의 제공자인지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실무계와 학계에서는 유책주의의 예외사유를 확대한 이번 판결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가정법원도 대법원판결에 앞서 이와 유사한 판결을 내렸고, 학계도 "법원이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해 유책주의의 한계를 극복했다"며 환영하고 있다. ◇ 대법원, 유책주의 예외사유 확대= 대법원 민사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이모(43)씨가 남편 김모(47)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 상고심(☞2009므2130)에서 이씨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11년이 넘는 장기간의 별거와 원고의 사실혼관계 형성 등으로 인해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되고, 각자 독립적인 생활관계를 갖기에 이르렀다"며 "또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데에는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고 장기간 가출하고 사실혼관계를 맺은 원고의 책임과 혼인기간 중 잦은 음주와 외박으로 부부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갈등원인을 제거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조성하는 데 노력을 다하지 않은 피고의 책임이 경합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양측의 부부공동생활 관계의 해소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원고의 유책성도 세월의 경과에 따라 상당정도 약화되고, 현 상황에 이르러 혼인이 파탄에 이르게된 데 대한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의 법적·사회적 의의도 현저히 감쇄됐으며 피고 역시 혼인의 실체를 상실한 외형상의 법률혼관계만 계속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라며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춰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중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으므로 민법 제840조6호의 이혼원인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지난 90년 김씨와 결혼해 두 자녀를 낳고 살아왔지만 남편의 잦은 음주와 외박을 견디지 못해 97년 가출했다. 이씨는 남편의 설득으로 2003년 잠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한 달만에 다시 모든 연락을 끊고 가출해버렸다. 이후 이씨는 2007년 다른 남성을 만나 동거하면서 다리에 장애가 있는 딸을 낳게되자 "자식의 치료를 위해서는 가족관계등록부상에 딸을 자로 올려야 한다"며 김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은 "혼인파탄의 근본적이고 주된책임은 갈등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미성년자녀를 놔둔 채 가출해 딸까지 낳은 이씨에게 있다"며 "상대 배우자가 오기로 이혼에 응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지 않는 이상 유책배우자에 의한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은 "자녀의 이익을 위해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혼인생활이 이미 파탄상태에 이른 이상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해야한다"고 판단, 1심을 뒤집고 이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 서울가정법원, 대법원과 유사판결 내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재판장 손왕석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김모씨가 부인 조모씨를 상대로 낸 이혼 등 청구소송(2008드합9891)에서 "김씨부부는 이혼하고, 조씨는 재산분할로 부동산 1/2지분 및 6억4,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위자료 청구는 김씨가 다른 여자와 부정한 관계를 맺은 것이 혼인관계파탄의 원인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혼인관계가 파탄돼 별거기간이 상당한 장기에 이르고 부부 양쪽이 표명한 의사, 관계회복을 위해 보인 노력 등에 비춰 부부 양쪽에게서 모두 관계회복의 에너지가 고갈됨으로써 혼인관계가 최소한의 부부공동생할 정도로도 돌아갈 수 없을 만큼 파탄이 난 상태에 이른 경우라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이혼이 심리적·사회적·경제적으로 다른 쪽 배우자 또는 미성년 자녀에게 심히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돼 혼인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학계 "파탄주의적 사고 강화한 것"=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학계는 법원이 사회상의 변화를 받아들여 파탄주의에 근접한 판결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한국가족법학회 회장인 이경희 한남대 교수는 "종래 대법원은 민법 제840조6호의 사유를 파탄주의의 원인으로 보지 않았지만 학설은 파탄주의를 명시한 것으로 해석해왔다"며 "이번 대법원판결이 명확히 파탄주의를 취한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파탄주의적 사고를 강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유책주의를 취해온 기존취지는 바람핀 남성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부인을 버릴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약자보호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회상이 많이 변했다"며 "이제는 파탄된 가정을 그냥 두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헤어지도록 하고 자녀를 어떤 식으로 보호할 것인가를 고려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세계가족법학회 이사인 이화숙 연세대 교수는 "유책주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판결이자 파탄주의로도 볼 수 있는 판단"이라며 "상대배우자에게 혼인계속의 의사가 있음에도 이를 인용했고, 혼인이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점을 판단근거로 든 점 등은 파탄주의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혼소송에서 파탄주의를 채택하되 경제력이 없는 아내 등 약자에 대한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환춘 기자 hanslee@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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