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에게 동반자살하자고 속여 여자 친구만 숨지게 한 4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한창훈 부장판사)는 20일 위계에 의한 자살 결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40)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2011고합740).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는 번개탄에 불이 붙어 일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여자 친구 A씨를 깨우거나, 원룸의 방문이나 창문을 열어두는 등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혼자 빠져나갔다"며 "이러한 행동은 함께 자살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의 행동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번개탄을 피우며 실제 상황을 재연하자 혼자 빠져나왔다고 사실대로 말한 점을 볼 때 처음부터 함께 자살할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모회사 본부장으로 근무하던 김씨는 부모 부양과 A씨 집안에서 결혼을 반대하는 문제로 A씨와 자주 다툼을 해 오던 중 지난 5월 A씨가 "사는 게 너무 힘들다. 같이 죽자. 번개탄 두 개만 사오라"고 말하자 실제로 A씨 원룸 방안에서 번개탄을 피웠다. 김씨는 A씨가 잠이 들자 화장실로 들어가 연기를 피하다가 혼자 원룸을 빠져나갔고, A씨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
한편 이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는데, 참여 배심원 9명 전원이 유죄 의견을 내고 최고 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