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를 촬영한 동영상을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인이나 소수의 사람에게만 보냈다면 이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가운데 '반포'가 아니라 '제공'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및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6도16676).
A씨는 2015년 1월 연인이었던 B씨의 동의하에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 그런데 같은해 11월 B씨가 다른 남성인 C씨와 모텔에 있었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 B씨와 다툰 후 C씨에게 자신과 B씨의 성관계 동영상을 보냈다. A씨는 B씨의 집에 무단 침입하기도 했다. 검찰은 A씨의 행위가 성관계 촬영물의 '반포'에 해당한다고 보고 주거침입 혐의와 함께 기소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항은'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1심은 공소사실 전체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4개월을 선고했고, 2심은 형량을 낮춰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행위를 '반포'로 보고 유죄 판결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는 피해자 B씨가 C씨를 만난 것을 알고 화가 나자 C씨에게 자신과 피해자의 관계를 분명히 알려 C씨가 더 이상 피해자를 만나지 못하게 할 의도로 동영상을 전송한 것으로 보일뿐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이를 교부하거나 전달할 의사로 전송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A씨의 행위는 '제공'에 해당할 수는 있어도 그 촬영물의 '반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반포'와 별도로 열거된 '제공'은 '반포'에 이르지 않는 무상 교부 행위를 말한다"며 "반포할 의사 없이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은 '제공'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반포'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을 말하고, 계속적·반복적으로 전달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반포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면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교부하는 것도 반포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1,2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반포'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바로 잡은 것"이라며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해 '제공' 혐의를 적용하면 다시 유죄 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