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와 불륜을 저지르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남편에게 합의금을 전달했던 초등학교 교장이 정년퇴직 한 뒤, 줬던 합의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초등학교 교사이던 A씨와 같은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근무하던 B씨가 처음 알게 된 것은 1989년. A씨와 B씨는 2010년 6월 "당신을 많이 보고 싶어"등의 사적인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가 B씨의 남편 C씨에게 들켰다. A씨와 아내가 20여년간 남몰래 사귀어왔다고 생각한 C씨는 분을 참지 못하고 같은해 10월 A씨를 찾아가 폭행했다. A씨에게 '둘의 사이를 학교 직원들에게 알리겠다'는 내용의 이메일도 보냈다. 초등학교 교장으로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던 A씨는 C씨를 불러내 4000만원을 합의금으로 건넸다. 불륜 사실도 인정하고 사과했다. C씨도 더는 이 일을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얼마 후 A씨가 교장직에서 정년퇴임 한 후 불거졌다. A씨는 "B씨와 불륜 사이가 아니었지만 사회적으로 매장당할까 두려워 합의금을 전달했다"며 "협박과 폭력 때문에 넘겨준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청주지법 민사3단독 이수현 판사는 7일 전 초등학교 교장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2012가단12566)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불륜 관계가 아니라면 굳이 C씨의 협박에 돈을 내줄 필요가 없는데도 A씨는 법적 대응도 하지 않았다"며 "만약 건넨 돈이 정말 불륜에 대한 합의금이라면 4000만원은 지나치게 많은 액수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애초에 A씨의 요청으로 마련된 자리에서 합의금 얘기가 오고 갔고, 당시 A씨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스스로 교직을 그만둘 의사까지 표시했다"며 "A씨가 C씨에게 합의금을 전달하며 '더는 B씨와의 관계에 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까지 받았던 점 등을 살펴보면 A씨가 합의금을 전달한 것이 C씨의 폭행과 협박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C씨가 A씨를 폭행한 것과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낸 것은 사실"이라며 "C씨는 A씨에게 상해와 협박에 대한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