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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남편 강간 혐의' 첫 기소된 여성… 법원, "강제성 없어 강간 혐의는 무죄"
남편을 상대로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가 적용돼 처음 재판에 넘겨진 여성에 대해 법원이 강제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이재석 부장판사)는 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심모(41·여)씨에 대해 심씨가 지난해 5월 남편을 서울 종로구 한 오피스텔에 29시간 동안 가두고 손발을 청테이프로 묶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이혼 소송에 유리한 발언을 받아내 녹음한 혐의(감금치상·강요)만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심씨의 강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심씨가 남편을 감금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혐의(감금치상)로 기소된 김모(43)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보면 심씨가 남편이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성관계 직전 두 사람의 행동이나 대화 내용을 보면 심씨로서는 상대가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심씨의 남편이 묶여 있었지만 팔꿈치 아래 팔 부분을 움직일 수 있었고 심씨의 도움으로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식탁에서 빵을 먹는 등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성관계를 맺기 직전 심씨가 남편을 폭행하거나 협박하지 않았고, 오히려 심씨의 남편도 '성관계 전후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호전됐다'고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10년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해온 심씨 부부는 해외에 거주하던 중 관계가 틀어져 이혼 소송을 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입국했다. 심씨는 유학생을 상대로 한 사기 혐의로 기소돼 영국과 한국에서 각각 1차례씩 처벌 받으면서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씨는 이혼 소송에서 유리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김씨의 도움을 받아 남편의 손발을 묶은 뒤 감금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심씨는 손발이 묶인 남편에게 "내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기 때문에 이혼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내용의 진술을 강요해 녹음하고, 묶인 남편의 바지를 벗긴 다음 강제로 성관계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3년 형법이 개정돼 강간죄 피해자가 '부녀(婦女)'에서 '사람'으로 범위가 넓어진 뒤 여성이 강간 혐의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간
강간죄피해자
남편강간
강제성관계
감금치상
강요
이순규 기자
2016-09-09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부부강간죄' 대법원 판례 변경 의미와 파장은
부부간에도 강제로 성관계를 하면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자 법조계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6일 흉기로 부인을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강모(45)씨에 대한 상고심(2012도14788)에서 징역 3년6월에 신상정보공개 7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윤성식(45·사법연수원 24기) 대법원 공보관은 "이번 판결은 법률상 처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와 양성 평등 사회를 지향하며, 혼인과 성에 관한 시대변화의 조류와 보조를 같이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손정혜(31·37기)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도 "강간죄 대상에서 배우자를 제외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당연한 판결"이라며 "가정폭력 문제에는 성폭력도 포함되고 있으므로 뒤늦게나마 처벌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환영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배우자간 성관계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이 가능해져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지난달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형법상 강간죄의 대상인 '부녀'에 법률상 배우자도 포함되는지를 놓고 공개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강간죄 객체인 부녀에는 '처(妻)'도 포함"= 이번 판결은 혼인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상태에서 배우자에 대한 강간죄를 인정한 첫 사례다. 종전에도 부부간 강간을 인정한 사례(2008도8601)가 있긴 하지만, 이혼을 하기로 합의가 되는 등 실질적인 부부관계라고 볼 수 없는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강간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297조상의 '부녀'란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는 여자를 말한다"며 "형법이 법률상 처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배우자가 강간죄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부 사이에는 민법상 동거의무가 인정되고, 여기에는 성생활을 함께할 의무가 포함되지만 혼인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므로 폭행이나 협박에 의해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하는 것은 부부간 의무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인정될 때에는 남편이 아내와 강제로 성관계했더라도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종래의 대법원 판례(70도29)를 변경했다. 유럽에서는 부부강간죄를 인정하는 국가가 많다. 미국이나 영국은 1960년대까지 '배우자 강간면책'을 인정해 왔으나, 미국은 1984년, 영국은 1991년 판결에 의해 이 이론을 폐기했다. 독일은 1997년 형법을 개정해 배우자 강간을 인정했다. 프랑스는 오히려 부부 강간을 일반 강간보다 가중처벌하고 있다. 이웃 일본은 아직 배우자 강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학설과 판례의 태도다. ◇부부강간 신고사례 증가 예상, 가사사건에도 영향 줄 듯= 그동안 배우자 강간이 사법심사 대상이 된 것은 1970년 대법원 판결을 포함해 5건에 불과했다. 그만큼 드러나지 않은 범죄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그동안 부부간 강간범죄가 발생해 피해자가 고소를 해도 강간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판결이 없어 수사기관이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판결로 피해 당사자는 물론 수사기관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기 때문에 사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형법적 판단을 내린 것이지만, 가사·민사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혼가정이 증가하고, 민사사건에서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사례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다른 변호사는 "부부 강간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폭행, 협박 등의 행위가 있다면 이혼사유가 됐지만, 폭행이나 협박보다 중범죄인 강간죄가 인정된다면 이혼소송은 물론 위자료를 청구하는 면에서도 피해자인 여성 배우자가 한층 유리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섭(38·33기) 이혼사건 전문 변호사도 "부부강간이 인정된다면 일반적인 사례보다는 위자료 액수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우리나라는 위자료 지급 상한이 있기 때문에 한계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변호사는 "그동안 이혼사건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의 간통을 형사고소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제는 간통 대신 강간을 주장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이 사건 공개변론에서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섰던 김혜정 영남대 로스쿨 교수는 "이혼을 원하는 배우자가 있다면 강간죄가 성립하기 전에도 폭행이나 협박을 이혼사유로 삼았기 때문에 이혼가정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자료나 재산분할에서 유리하기 위해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강간죄는 강압적인 성교에 불법성이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민사상 문제가 불거진다고 해도 이것을 부작용이라고 보는 시각이 오히려 부당한 게 아니냐"고 반박했다. ◇부부간 강간 '친족 강간'으로 가중처벌할 수 있나= 다음달 18일 시행에 들어가는 개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법)은 가중처벌되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처벌 대상에 '동거하는 친족'을 추가했다. 일반 강간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지만, 성폭력법상 친족간 강간죄는 법정형이 7년 이상으로 훨씬 올라간다. 7년 이상의 법정형은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3년6월의 형을 선고받게 되므로,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 동거하는 친족에 배우자가 포함된다면 배우자 강간이 일반 강간죄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되는 불균형이 생기는 셈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문리상 '동거하는 친족'에는 배우자가 포함된다고 봐야겠지만, 법 개정 취지가 배우자를 가중처벌하려는 것인지는 이후 사건이 들어왔을 때 법원이 해석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 공개변론에서도 민일영(57·10기) 대법관은 배우자 강간을 인정하게 되면 처벌의 불균형이 생기게 되는 점을 지적한 뒤 참고인에게 의견을 물었고,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회에서 할 일을 참고인에게 물을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판을 할 때 양형단계에서 처벌상 불균형이 있다는 점을 참작할 수는 있지만 엄연히 법정형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입법을 통해 문제가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부강간죄
성적자기결정권
배우자강간
친족강간
성폭력법
좌영길 기자
2013-05-20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대법원, "정상적 부부 사이에서도 강간죄 인정된다"
정상적으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는 부부 사이라도 남편이 폭행·협박을 동원해 아내가 거부하는데도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면 강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혼을 위해 별거중이던 아내를 찾아가 성폭행한 남편에게 강간죄가 인정된 사례(2008도8601)는 있었지만, 부부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상태에서 배우자에 대한 강간죄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은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婦女)'에 아내도 포함될 뿐만 아니라 혼인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선언했다는 점에서 가정생활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자료사진>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6일 흉기로 부인을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A(45)씨의 상고심(2012도14788)에서 징역 3년6월에 신상정보공개 7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란 성년·미성년, 기혼·미혼을 불문하고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라며 "법률상 처(妻)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1953년 제정된 구 형법은 강간죄를 제32장 '정조에 관한 죄'에 규정했지만, 1995년 형법이 개정되면서 그 장의 제목이 '강간과 추행의 죄'로 변경됐다"면서 "이는 강간죄의 보호법익이 현재 또는 장래의 배우자인 남성을 전제로 한 관념으로 인식될 수 있는 '여성의 정조' 또는 '성적 순결'이 아니라 자유롭고 독립된 개인으로서 여성이 가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사회 일반의 보편적 인식과 법감정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부부 사이에 민법상의 동거의무가 인정되고 여기에는 배우자와의 성생활을 함께 할 의무가 포함되지만, 폭행·협박에 의한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해야 할 의무까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같은 점을 종합할 때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는 법률상의 처가 포함되고,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아내의 반항을 억압하고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률상 처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와 양성평등 사회를 지향한 판결"이라며 "법원이 혼인과 성에 관한 시대 변화의 조류와 보조를 같이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상훈·김용덕 대법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된 강제적인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그것이 부부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데는 동의하지만 굳이 강간죄로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2001년 결혼한 A씨는 아내 B(40)씨와의 사이에 자녀 둘을 두고 한집에 살아왔다. 하지만 2~3년전부터 불화를 겪었다. 특히 아내가 밤늦게 귀가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던 중 지난 2011년 11월 11일 밤 10시30분께 집으로 돌아온 아내를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린 뒤 부엌에서 칼을 들고 나와 찌를 듯이 위협한 다음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A씨는 이틀 뒤 다시 흉기로 아내 B씨의 옷을 찢고 같은 방법으로 한 차례 더 간음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강간죄를 인정해 징역 6년에 신상정보공개 7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A씨가 초범인데다 피해자인 B씨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냈다"면서 징역형량만 3년6월로 낮췄다.
정상적부부
부부강간죄
부녀
혼인파탄
양성평등
간음
온라인뉴스팀 기자
2013-05-16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대법원 '부부 강간죄' 공개 변론 "갑론을박"
동거 의무가 있는 배우자를 폭행이나 협박해 강제로 성관계를 하면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부부 강간죄의 성립 여부를 두고 대법원에서 전례 없는 공방이 벌어졌다. 대법원은 1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부인을 흉기로 협박해 강제로 성관계한 혐의(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A(45)씨에 대한 상고심(2012도14788)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A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형법 제297조는 강간죄 대상을 '부녀'로 규정하고 있다가 지난해 12월 '사람'으로 개정됐을 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대법원은 사실상 이혼 상태인 부부 사이의 강간죄를 인정한 적은 있지만 정상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부부간 강간죄를 인정한 적은 없다. 이날 대법정에서는 피고인 A씨의 변호인인 신용석(55·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와 이건리(50·16기) 대검 공판송무부장이 불꽃튀는 논쟁을 벌였다. 참고인으로는 피고인 측에서 윤용규 강원대 교수가, 검찰 측에서는 김혜정 영남대 로스쿨 교수가 나와 전문가 의견을 진술했다. ◇"부부간 동거의무에는 강제 성관계 포함 안 돼"=A씨에게 유죄를 인정한 1·2심은 형법은 강간죄 대상을 '부녀'로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부부 사이에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해도 강제로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날 공개변론에 출석한 이 공판송무부장도 "처를 강간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은 민법상 동거의무를 근거로 주장되는데, 민법상 동거의무는 항거가 불가능한 상태에서의 강간을 수인해야 할 것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강간죄 대상에서 처를 제외한다면 헌법상 보장되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양성평등의 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강간죄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할 수 없는 범죄로, 부부관계를 이유로 처를 강간죄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사회가 보호의무를 져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선 김 교수도 "결혼한 여성은 처 이전에 성적 결정권을 가지는 한 사람이고, 여성이 결혼과 동시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기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부사이의 강간도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는 의식이 정착될 필요가 있고, 강간죄의 대상에 법률상의 처를 인정하는 것은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부부관계를 자유로운 선택행위로 전환하는 제도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처벌보다 가정 보호 먼저"= 하지만 신 변호사는 배우자를 강간죄 대상으로 삼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강조하며 반론을 펼쳤다. 그는 "강간죄 구성요건 중 '부녀'개념에 법률상 처가 포함되느냐의 문제는 형법 해석의 문제이지 입법 정책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부부강간이 인정된다면 대부분의 이혼사건에서 강간이 주장될 것이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부부강간의 특성상 남녀 진술증거만 있는 상황에서 실체적 발견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형사통계에서 사기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민사의 형사화를 보여주는 것인데, 이런 맥락에서 부부강간죄가 인정되면 형사통계 수위를 강간죄가 차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법원이 부부간 강간죄 인정을 위해 실질적 혼인관계를 요구한 것은 이러한 고민에 의한 것인데, 60년간 법률조항 변경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부부강간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 참고인인 윤 교수는 2009년 부산지법에서 부부강간을 인정하자 자살한 피고인의 사례를 예로 들며 "이 사안은 구성요건을 확장할 문제가 아니라 치료와 교육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초기에 사건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가 형법이 모든 걸 떠맡게 된다면 형법 이전에 사회정책을 찾는 노력없이 처벌이 강화돼 신 응보형주의라는 비판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일영 대법관, '처벌 불균형 문제' 우려도=당사자와 참고인 진술이 끝난 후 대법관들의 질의와 답변이 이뤄지면서 대법정의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이 사건 주심인 신영철 대법관은 "남편으로부터 야만적인 성행위를 당한 부인이 수사기관에 신고한 다음, 자식들이나 자기 장래를 생각해 가정을 유지해야 하겠다고 생각이 바뀌어서 가정을 돌려달라고 하는 경우에도 남편을 처벌해야 하느냐"고 질문했다. 이 공판송무부장은 "가정폭력 사건을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가정보호사건으로 다루는 방법이 있으므로, 반드시 피고인을 구속하거나 가정을 해체하는 쪽으로 강간죄를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폭력 사건에서 사건의 성질과 동기, 행위자의 성향 등을 고려해 형사처벌이 아닌 접근제한, 친권제한, 사회봉사와 수강명령 등의 보호처분을 통해 가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가정보호사건'제도를 두고 있다. 이상훈 대법관도 "그릇이 금간 경우 새로 떼워서 쓸 것인지, 버리고 새로 사서 써야 할 것인지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폭력있는 가정은 회복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좀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개별사안에서 신중히 판단할 필요는 있고, 배우자를 강간하는 가정이 실질적으로 건강한 가정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이 가정유지를 원한다면 보호조치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강간죄의 객체에서 배우자를 배제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신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 이혼율이 높은데, 국가에게는 혼인 파탄을 막아야 할 의무도 있다"며 "부부강간의 현상이 존재한다고 해서 형벌이 부부 침실에 들어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양창수 대법관이 "부부강간죄가 인정되면 형사사건을 통해 가사나 민사 사건에서 유리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얘길 많이 한다"고 하자 김 교수는 "이혼을 원하는 부부가 있다면 강간 성립 이전에 폭행·협박만으로도 이혼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혼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고, 위자료나 재산분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악용될 소지가 있겠지만 강간죄는 강압적인 성교에 불법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민사상 문제가 불거진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부작용이라고 보는 시각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민일영 대법관은 부부강간죄를 인정할 경우 처벌의 불균형이 생긴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아내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고 이게 침해되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처벌돼야 한다는 것이 부부강간을 인정하자는 입장인데, 친족간 성폭력은 가중처벌하도록 돼 있어 처를 강간하면 일반 형법조항이아닌 성폭력특례법이 적용돼 양형상 심한 불균형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이 부분에 대해 답변을 머뭇거리자 재판장인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회에서 할 일을 참고인에게 물을 수는 없다"며 질의 응답 순서를 마쳤다. 양 대법원장은 공개변론을 마치며 "대법원은 오늘 나타난 여러 사정을 모두 종합해 최선의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공개변론은 가정 내 부부관계의 특수성, 부부간 성의 의미와 기능, 배우자 강간죄가 인정될 경우 부부와 가족관계에 미치게 될 변화와 영향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부부강간
동거의무
특수강간
부녀
보호의무
실질적혼인관계
좌영길 기자
2013-04-22
가사·상속
기업법무
민사일반
이혼·남녀문제
아내 황산 테러… "남편 회사는 책임 없어"
이혼을 요구했다가 남편으로부터 황산 테러를 당한 40대 여성이 남편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대기업 화학실험실에서 일하는 남편이 회사 황산을 몰래 빼내 일을 저질러 회사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성식 울산지법 민사3단독 판사는 지난 5일 윤모(49)씨가 남편 김모(53)씨의 직장인 대기업 H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2가단31399)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민법 제760조2항이 교사자나 방조자를 공동불법행위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과 달리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법의 해석으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긴 하지만, 이 경우의 과실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H사가 직원인 김씨에게 화학실험실에서 황산을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생길 수 있는 모든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당연히 도출된다고 볼 수는 없고, 적어도 김씨가 화학실험실에서 취급하던 황산을 이용해 윤씨에게 상해를 가하리라는 점을 알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에 비로소 H사에 주의의무가 발생한다"면서 "H사가 이를 예측했거나 미리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4월 자신의 집 화장실 변기가 막히자 이를 뚫기 위해 자신이 일하던 화학실험실에서 회사 몰래 황산 100㎖를 가져 나와 반을 변기에 부어 사용하고 나머지는 물에 희석해 등산용 물통에 담아 보관했다. 아내 윤씨가 김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김씨는 두달여 뒤인 같은해 6월 늦은 밤 우유배달을 하고 나오던 아내 윤씨에게 보관하고 있던 황산을 뿌려 눈과 얼굴, 머리와 허벅지 등에 전치 6주의 화상을 입혔다. 당시 김씨에게는 아내에 대한 접근금지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윤씨는 H사가 황산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지 못해 사건을 방조한 책임이 있다며 1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한편 윤씨에게 황산을 뿌린 남편 김씨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윤씨가 김씨의 선처를 바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해 항소심에서 형이 징역 1년6월로 깎였다. 김씨는 항소심 과정에서 윤씨와 이혼하고 재산을 분할하기로 합의했다.
황산테러
아내
화학실험실
연구원
주의의무
불법행위
온라인뉴스팀 기자
2013-04-12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아이 데리고 간 외국인 아내 처벌해야 하나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를 포함해 공개변론을 할 필요성이 높습니다. 어린 자녀를 공동양육하는 부모 중 일방이 다른 일방과 협의하지 않고 자녀를 데리고 출국한 것을 미성년자 약취로 처벌할 수 있는가가 쟁점입니다. 공개변론은 생중계되고 있습니다.”(양승태 대법원장)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는 평소 볼 수 없었던 풍경이 펼쳐졌다. 곳곳에서 방송용 조명이 켜지고, 공중에서는 지미집(Jimmy Jib, 크레인을 이용해 공중촬영이 가능한 장비)카메라가 떠돌며 대법관들의 면면을 비췄다.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법정 공개변론이 TV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는 순간이었다. 공개변론이 열린 사건은 13개월 된 자녀를 남편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데리고 출국한 혐의(국외이송약취 등)로 기소된 베트남 국적의 여성 A씨에 대한 상고심(2010도14328)이었다. 이날 변론내용은 사법부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한국정책방송(KTV)를 통해 생중계됐다. 대법원은 당초 인터넷 중계만을 고려해 20분 지연중계할 예정이었으나, 방송사가 중계에 참여하면서 생중계하기로 했다. 장내에는 300여명의 청중과 기자들이 방청해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공판검사인 이건리(50·사법연수원16기)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미성년자 약취를 형법에 범죄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그 적용 여부를 임의로 선택한다는 것은 법치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실력 행사로 미성년 자녀를 임의로 데리고 나가 보호감독권을 침해하고 자녀 복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묵인한다면 사법부의 존재 이유도 무너지게 되므로 무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바로잡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A씨의 국선변호인인 김용직(58·12기) 변호사는 “아버지가 직장에 나가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어머니가 13개월 된 아이를 그대로 두고 가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A씨가 아이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았으므로 약취죄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측 참고인으로 곽민희 숙명여대 법대 교수가, 피고인 측 참고인으로 오영근 한양대로스쿨 교수가 출석해 각각 의견을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가정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형법이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과 가정에 형법이 개입하지 않으면 인권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김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형법이 가정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다만 지나치게 흉포하거나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벗어난 행위까지 놔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양창수 대법관이 “A씨가 약취죄로 기소됐는데 평화롭게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부부 중 일방이 아이를 데리고 간 것을 과연 약취에서 요구하는 법이 허용하지 않는 유형력 행사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자 곽 교수는 “A씨는 의사능력이 없는 영아를 데리고 갔으므로 사실상 힘의 행사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변론은 양 대법원장이 “제출된 모든 근거자료와 변론을 바탕으로 최선의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 추후 기일을 정해 판결하겠다”고 선언하며 마무리됐다. 이날 대법원을 방문한 나승철(36·35기)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그동안 공개변론이 일반인에 공개돼 있어도 선뜻 찾아가 방청하기가 여려웠던 것이 사실이었다”며 “변론과정이 생중계돼 사법부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제결혼
베트남여성
자녀약취
공개변론
인터넷중계
외국인아내
좌영길 기자
2013-03-25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아내 강간' 항소심서 첫 인정… 대법원 판단에 관심 집중
서울고법이 항소심으로는 처음으로 '아내 강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자, 대법원이 '부부 간에는 강간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종래 판례를 변경할 지 여부에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아내 강간죄, 항소심서 첫 인정= 정모(40)씨는 지난 4월 술에 취해 귀가한 후 부인 이모(40)씨와 경제적 문제로 심하게 다투면서 이씨에게 상해를 입힌 후 한 차례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 검찰은 정씨를 강간치상죄로 기소했고 1심 법원은 정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최상열 부장판사)도 지난 22일 항소심으로는 처음으로 아내에 대한 강간을 인정해 정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법에서는 강간죄의 대상을 '부녀'로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며 "법률상 아내가 모든 경우에 당연히 강간죄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법원이 아내 강간죄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은 2009년 1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산지법 형사5부(당시 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외국인 아내를 흉기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A씨에게 강간죄를 인정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판결 직후 A씨가 자살하면서 아내 강간죄가 성립되는지에 대한 항소심의 판단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1월에도 1심에서 아내 강간죄가 인정된 사건의 항소심이 서울고법에서 진행됐지만 변호인이 항소 이유로 아내 강간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하지 않아 이 문제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없이 판결이 확정되고 말았다. 항소심에서 아내 강간죄를 처음으로 인정한 만큼 향후 대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970년 '처가 다른 여자와 동거하고 있는 남편을 상대로 간통죄 고소와 이혼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그 후 부부간에 다시 새 출발을 하기로 약정하고 간통죄 고소를 취하한 경우에는 설령 남편이 폭력으로서 강제로 처를 간음하였다 하더라도 강간죄는 성립되지 아니한다(70도29)'고 판단했었다. ◇ 아내 강간죄 인정은 세계적 추세= 해외에서는 이미 '아내 강간죄'가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는 추세다. 영미법계에서는 원래 '아내강간의 면책' 법리가 확고히 자리잡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1857년 매사추세츠주 법원이 "혼인 계약의 조건에는 아내는 남편이 원할 때는 언제나 성교에 응한다는 철회할 수 없는 동의가 포함된다"는 법 이론을 최초로 채택한 후 그대로 적용해왔다. 이후 1984년 뉴욕 항소법원이 "혼인증명서가 남편이 형사면책권을 갖고서 아내를 강간할 수 있는 자격증으로 파악돼서는 안 된다"며 '아내강간의 면책' 법리를 폐기하고 부부 강간죄를 인정했다. 영국도 1991년 최고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계기로 아내 강간죄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오고 있다. 대륙법계 국가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독일은 지난 1997년 형법개정을 통해 강간죄의 구성요건 중 '혼인 외 성교'라는 문언을 삭제함으로써 아내 강간죄를 받아들였다. 일본은 아직까지 명확한 판례는 없지만 혼인이 실질적으로 파탄된 경우에는 아내 강간죄를 인정하고 있다. ◇ 학자들, 국내에서도 아내 강간죄 인정해야= 국내 학계에서는 이번 항소심 판결을 계기로 아내 강간죄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가 나오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오영근 한양대로스쿨 원장은 "기존의 대법원 판례가 부부강간죄를 부정하는 입장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면 인식도 달라진다"며 "형법상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의 개념에 배우자가 빠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형준 중앙대 로스쿨 교수도 "민법상 부부간 동거의무는 정상적인 성생활을 요구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라며 "폭행과 협박을 동원한 부부간의 강제 성관계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반면 부부 간의 특수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최호진 단국대 교수는 "강간죄 객체에서 혼인 중의 부녀를 제외하는 것은 문리해석에 반한다"면서도 "부부간 성관계의 은밀성과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형법개정
강간죄
성관계
부녀
부부강간
아내강간
임순현 기자
2011-09-28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서울고법, 부부간 강간죄 첫 인정
부부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첫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최상열 부장판사)는 22일 아내를 흉기로 찌르고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성폭력특별법상 강간 등 상해)로 기소된 정모(40)씨에 대한 항소심(☞2011노2052)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법에서는 강간죄의 대상을 '부녀'로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며 "법률상 아내가 모든 경우에 당연히 강간죄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부부 사이에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폭행·협박 등으로 반항을 억압해 강제로 성관계를 할 권리까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상해를 가한 시점과 성관계를 요구한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었던 점 등의 사정을 살펴보면 정씨가 처음부터 강간의 고의로 아내에게 상해를 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간상해죄가 아닌 상해죄와 강간죄의 경합범으로서의 죄책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정씨는 지난 4월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와 아내와 다투다 흉기로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정씨는 더 때릴 듯이 위협해 겁을 먹은 아내를 강간했다. 1심은 정씨에게 강간상해죄를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강간상해
부부강간
경합범
아내강간
흉기위협
김승모 기자
2011-09-26
이혼·남녀문제
헌법사건
형사일반
간통죄 3년 만에 다시 위헌여부 가린다
법원이 간통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해 2008년 합헌 결정이 내려진 이후 3년 만에 다시 위헌 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재판장 임동규 부장판사)는 8일 유부녀 이모 씨와 성관계를 한 혐의(간통)로 기소된 심모 씨에 대한 항소심(2011노1013)에서 간통죄 처벌규정인 형법 제241조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 제청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일부일처제에 터 잡은 혼인제도 및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 보호라는 공익이 더는 형법상 간통죄 처벌규정을 통해 달성될 것으로 보기 어려운데다, 간통죄 규정은 개인의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므로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했다"라고 제청 이유를 밝혔다. 심씨는 지난해 10월 두 차례에 걸쳐 의정부시의 한 모텔에서 이씨가 결혼한 사실을 알면서도 성 관계를 했고, 원심은 심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10고단4051). 간통죄에 대해서는 2008년 배우 옥소리 씨가 낸 헌법소원을 포함해 이미 네 차례에 걸쳐 합헌결정이 내려졌으며, 현재 4건의 헌법 소원이 계류 중이다.
간통죄
헌법재판소
위헌여부
유부녀
일부일처제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자유
좌영길 기자
2011-08-10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형법학자 10명중 8명 "부부강간죄 인정해야"
'부부강간죄'를 인정한 첫 판결에 대해 형법학자 10명 중 8명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신문이 19일 국내 형법학자 32명을 대상으로 긴급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8.1%에 해당하는 25명이 이번 부산지법 판결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판결 결론에 반대하는 교수는 7명으로 21.9%를 차지했다. 찬성론자들은 현행법상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아내 등 '혼인중의 부녀'를 포함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강간죄의 보호법익인 성적자기결정권이 혼인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일부 교수는 부부간 성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제한적 해석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부부간 문제에 형법이 개입할 경우 개인사생활에 대한 침해는 물론 부부간 신뢰관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남편에 대한 보복과 이혼과정에서 유리한 재산분배를 받을 목적으로 부부강간을 빌미로 고소를 남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 사건 피고인이 언론보도 이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은 공소기각 결정으로 종결되겠지만, 부부강간죄에 대한 법학계의 논란은 여전히 남게 됐다. ◇ 부산지법 부부강간 첫 인정= 부산지법 형사5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외국인 아내 V(24)씨를 흉기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상 특수강간)로 기소된 A(42)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2008고합808). 재판부는 "타국에서 힘들고 외로운 처지에 놓인 아내를 사랑으로 보살펴야 함에도 갖은 고초를 겪게 하고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아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해 폭력적으로 강간한 것이므로 법 적용에 문제가 없다"며 "형법상 '부녀'에 '혼인중인 부녀'가 제외된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강간죄의 보호법익이 여성의 '정조'가 아닌 인격권에 해당하는 '성적 자기결정권'인 만큼 아내에게도 같은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서울중앙지법이 아내에 대한 강제추행을 인정한 사례(2003고합1178)가 있지만, 법률상 부부 사이에 부부강간을 정면으로 인정한 것은 이 판결이 처음이다. 대법원도 지난 1970년 "처가 다른 여자와 동거하고 있는 남편을 상대로 간통죄 고소와 이혼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그 후 부부간에 다시 새 출발을 하기로 약정하고 간통죄 고소를 취하한 경우에는 설령 남편이 폭력으로서 강제로 처를 간음하였다 하더라도 강간죄는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판시(☞70도29), 부부강간죄를 부정하고 있다. ◇ 형법학자 10명중 8명, 부부강간 인정해야= 설문조사결과 응답자의 10명중 8명에 해당하는 학자들이 부부강간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성돈 성균관대 교수는 "현행법상 강간죄의 객체는 '부녀'라고만 규정되어 있어 아내를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법익도 과거에는 '정조'였지만 지금은 '성적자기결정권'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 견해"라며 "누구라도 이를 침해하면 강간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중앙대 교수는 "민법상 부부간 동거의무는 정상적인 성생활을 요구하는 범위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라며 "폭행과 협박을 동원한 부부간의 강제 성관계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이상원 서울대 교수는 "혼인의사는 성교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상대방에게 언제나 성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며 "설령 그런 권리가 있더라도 불법한 방법으로 (강요)했을 때는 적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영근 한양대 교수는 "기존의 대법원판례가 부부강간죄를 부정하는 입장이었지만 세월이 변하면 시대의 입장도 달라진다"며 "부부강간죄를 오남용하는 사례가 걱정되긴 하지만 시대 흐름상 부부강간죄가 일반화 되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병선 청주대 교수는 "부부간의 특수성에서 발생하는 권리와 의무는 매우 추상적이고 불투명한 권리인 반면 성적자기결정권은 현행법상 분명히 도출되는 권리"라며 "성적자기결정권은 동거의 의무에서 발생하는 성생활을 함께할 의무보다 우월한 것이어서 부부라는 이유만으로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창호 경상대 교수는 "우리사회는 종래 가부장적 가족공동체로 남성중심의 폭력적 위계구조였다"며 "뿌리깊은 불평등 구조를 바꿔나가야 하며 부부강간 역시 남녀평등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성입장을 밝힌 학자들 중 일부는 부부간의 특수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호진 단국대 교수는 "강간죄 객체에서 혼인중의 부녀를 제외하는 것은 문리해석에 반한다"면서도 "부부간 성관계의 은밀성과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제한적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부강간죄를 인정하더라도 형식적으로만 남은 부부관계 즉 이혼소송 중이거나 별거중인 경우에 한정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 사생활 간섭, 오남용 우려 반대의견도= 부부강간죄 인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응답자들은 주로 사생활 침해와 오남용 우려를 근거로 들었다. 강간죄가 아닌 강제추행죄나 가정폭력 관련 특별법으로 처벌 및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오경식 강릉대 교수는 "대법원판결이 나온 1970년 이후 상황변화가 없었고 구성요건 개정도 없었으며, 특히 강간죄의 객체와 관련한 판례의 변경도 없었다"며 "가정문제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과도한 일이며 (강간죄가 아닌) 현행 가정폭력 관련 특별법과 강제추행죄로도 대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송광섭 원광대 교수는 "실무에서 경험한 부부강간사례는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각각의 경우마다 전후 사정을 신중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용규 강원대 교수도 "이번 사건의 경우 폭행과 협박이 과도했던 것이 판결의 이유인 듯 한데 이번 판결을 너무 일반화해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박광섭 충남대 교수는 "강간죄의 부녀개념에 아내까지 포함하는 것은 우리 정서상 문제가 있다"며 "가정의 가치를 보호해야 하는 입장에서 부부강간죄 인정은 시기상조이며 부부간의 성관계를 성적대립관계로만 바라보는 시각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부부강간을 이유로 한 고소가 파경에 놓여 있는 부부간에서 감정적 보복수단이나 이혼시 재산분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남용될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법학자
부부강간
성적자기결정권
보호법익
객체
강제추행
가정폭력
김재홍 기자
200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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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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