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으로부터 신문을 받는 피의자가 변호사 입회를 요구할 경우 검찰은 원칙적으로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대법원결정이 처음으로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裵淇源 대법관)는 11일 검찰이 "구속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59)에 대한 피의자신문 때 변호사 입회를 허용하도록 한 법원결정은 부당하다"며 낸 준항고인용결정에 대한 재항고를 기각했다(☞2003모402).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현행법상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과 변호인 사이의 접견교통을 제한하는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아니하므로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은 수사기관으로부터 피의자신문을 받는 도중에라도 언제든지 변호인과 접견교통하는 것이 보장되고 허용돼야 할 것이고, 이를 제한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위법임을 면치 못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형사소송법이 아직은 구금된 피의자의 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다는 명문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접견교통권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되고 있을 뿐 아니라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규정에 비춰 구금된 피의자는 형소법 규정을 유추·적용해 피의자신문을 받음에 있어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수사기관은 이를 거절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인신구속과 처벌에 관해 '적법절차주의'를 선언한 헌법정신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시 무제한적으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 또한 헌법이 선언한 적법절차의 정신에 맞지 않으므로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염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송씨의 경우 검찰이 변호인의 참여를 불허할 필요가 인정되는 객관적으로 명백한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 않으므로 변호인의 참여를 불허한 검찰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국가보안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송씨의 변호인단 45명이 "송씨에 대한 신문 때 변호인 입회를 불허한 검찰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준항고를 서울지법이 인용하자 이에 반발, "변호인의 입회권은 현행법에 규정이 없으며, 이를 허용할 경우 수사에 방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며 대법원에 재항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