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개설을 위해 의사가 면허를 빌려줬다면 거래 상대방의 악의나 중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병원채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부(재판장 고영구 부장판사)는 임상검사 대행기관인 A재단법인이 B병원에 명의를 대여해 준 의사 이모씨를 상대로 낸 용역비 청구소송 항소심(☞2010나4679)에서 이씨에게 용역비 지급의무가 없다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상법 제24조에서 규정한 명의대여자의 책임은 명의자를 사업주로 오인해 거래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 대해 중과실이 있는 때는 책임을 지지 않는 바, 이때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는 명의대여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A재단의 사무소 팀장으로 근무했던 직원이 B병원의 원무과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업무를 위탁받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도 직원들과 업무를 처리했을 뿐 피고를 직접 만난 적이 없는 점, 사건 거래의 성격에 비춰 이 사건 병원의 실질적 운영자가 누구인지 반드시 알았다고 보기 어렵고 그것이 거래에서 중요한 점도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원고가 피고의 명의대여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 있어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재단은 2008년5월부터 2009년7월까지 B병원으로부터 임상검사를 의뢰받아 검사를 대행했고, 이 과정에서 1,100여만원의 검사료가 청구됐다. B병원이 검사료로 300여만원 만을 지급하자 A재단은 B병원 명의자인 이씨를 상대로 나머지 8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이씨는 자신은 B병원에 단순히 명의만을 대여해줬을 뿐이어서 채무지급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