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진범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서도 진범에게 돈을 받고 의뢰인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지 않도록 도와준 변호사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범인도피 방조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김모(50) 씨에 대한 상고심(2012도6027)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변호인의 기본적인 임무가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보호하고 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익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정당한 이익으로 제한되고, 의뢰인의 요청에 따른 변론행위라는 명목으로 변호인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허위 진술을 하거나 피고인 또는 피의자로 하여금 허위진술을 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김씨는 변호인으로서 사기사건 피고인 강모씨의 변론에 필요한 활동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강씨와 사기사건의 진범 신모씨 사이에 부정한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들 사이의 합의가 성사되도록 돕는 등 거래관계에 깊숙히 관여한 것이므로 이런 행위를 정당한 변론권의 범위 내에 속한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지난해 3월 휴대전화 문자를 대량으로 발송해 수신자가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수법의 사기행각을 벌여 5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강씨의 변호를 맡은 김씨는 1심 선고 이후 강씨로부터 '진범은 따로 있고 나는 돈을 받는 대가로 범인이라고 허위 진술했다'는 말을 듣고도, 오히려 진범인 신씨가 '허위자백을 계속 유지해주면 대가로 1억원을 주겠다'고 한 말을 전달하는 등 강씨가 법정에서 진술 번복을 못하도록 중재했다가 진범을 은폐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김씨를 범인도피죄의 공동정범으로 판단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김씨가 정범이 아닌 방조범이라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