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상대방을 잘못 선정하는 바람에 의뢰인이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도록 한 변호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도급인에게만 소송을 제기해 불법행위자인 수급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가 완성되게 했다면 의뢰인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변호사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서울고법 민사7부(재판장 박삼봉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A씨가 “잘못 제기한 소송으로 인해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가 완성됐다”며 B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2008나17238)에서 “피고는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률전문가인 B변호사로서는 도급인인 C사 뿐만 아니라 불법행위의 당사자인 D건설도 피고로 삼아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도 도급인에 불과한 C사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정작 불법행위자인 D건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가 완성되게 했다”며 “그로 인해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의뢰인이 승소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명백해졌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패소했다는 사정만 가지고 변호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B변호사가 C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행위에 대해서는 A씨가 항소심까지 승소했다가 대법원에서 파기돼 패소하게 된 점 등에 비춰 B변호사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서는 “1999년 2월 D건설에 대해 화의절차개시결정이 내려진 사실, 2008년 7월 화의결정이 취소된 사실 등에 따르면 B변호사가 D건설을 상대로 승소판결을 받았다 해도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그 승소금액에 따른 집행을 모두 완료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산정하는 것이 곤란하므로 위자료의 지급으로 손해를 전보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손해액을 승소판결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금액이라고 본 1심 재판부와 판단을 달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