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가 감정평가법인에 적을 두고 실제로 업무를 맡지 않는 것은 법률상 금지되는 '부당자격 대여'행위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행정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지난달 31일 감정평가사 박모(34)씨가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 상고심(2013두11727)에서 원고승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감정평가사가 감정평가법인에 가입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등록증 사본을 가입신고서와 함께 한국감정평가협회에 제출했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감정평가경력을 부당하게 인정받는 한편 소속 감정평가법인의 설립과 존속에 필요한 감정평가사의 인원수만 형식적으로 갖추게 하거나 법원으로부터 감정평가 물량을 추가로 배정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할 목적으로 외관만을 형성했을 뿐 법인 소속 감정평가사로서의 업무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를 수행할 의사가 없었다면 이는 자격증을 부당하게 행사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자격증 등을 부당하게 행사한다'는 것은 감정평가사 자격증 등을 본래의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행사하는 것 외에 본래의 행사목적을 벗어나 감정평가업자의 자격이나 업무 범위에 관한 법의 규율을 피할 목적으로 행사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7년 3월 감정평가사 자격을 취득한 박씨는 2008년 9월부터 K감정평가법인에 적을 두고 있는 상태에서 2008년 7월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에 상근계약직으로 입사했다. 국토교통부는 "박씨가 수협에서 근무하면서도 K감정평가법인에 형식적으로 적을 두고 소속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부당하게 대여하거나 행사했다"며 박씨에 대해 3개월간 감정평가사 업무를 정지하는 징계처분을 내렸고, 박씨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패소판결했으나, 2심은 "감정평가 자격을 부당하게 '대여'한다는 의미는 자격증 자체를 타인에게 대여하거나 다른 사람이 자격자로 행세할 수 있도록 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며 원고승소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