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달라는 피고인의 청구를 기각할 경우 별도의 결정문을 작성하지 않고 그 청구서에 날인만 하는 것은 적법한 결정방식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기각할 경우 별도의 결정문을 작성하지 않고 그 허부란에 재판장이 날인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일부 실무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앞으로는 국선변호인 신청을 기각할 때에도 재판부는 반드시 별도의 결정문을 작성하거나 그러한 취지를 조서에 기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손지열·孫智烈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35)의 상고를 받아들여 이같이 판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2001도1294).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그에 관한 소명자료가 있는지 또는 기록에 의해 국선변호인을 선정할 만한 사유가 있는지 확인해 국선변호인 선정 또는 청구기각 등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하고, 선정청구가 이유 없다고 판단되면 재판서에 의하거나 조서에 기재하는 방법으로 기각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심이 피고인으로부터 2차에 걸쳐 적극적인 국선변호인 선정청구가 접수돼 있었음에도 처음 접수된 청구에 대해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고 제1회 공판기일의 심리에 들어갔으며, 두 번째 접수된 선정청구에 대하여는 청구서에 '불허'라는 기재와 재판장의 날인만을 한 채 그 이후의 공판심리를 진행한 것은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위반함으로써 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고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 위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이번 대법원 지적에 따라 피고인의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기각하는 경우의 결정문 양식을 신설한 개정 '재판사무에관한문서양식예규'를 오는 15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