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들에게 청탁할 경비가 필요하다며 형사사건의 피해자에게 접근해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제판장 김도형 부장판사)는 최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모(64)씨와 권모(70)씨에게 각각 벌금 400만원을 선고하고, 변호사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안모(60)씨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1800만원을 선고했다(2016고합41).
유씨 등은 2011년 3월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숍에서 상해 사건 피해자 A씨에게 형사재판이 유리하게 진행되도록 판·검사들에게 청탁할 경비가 필요하다며 교제비 명목으로 500만원을 받는 등 5차례에 걸쳐 18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유씨 등은 '가해자로부터 합의금을 받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재산을 가압류할 필요가 있어 경비가 든다', '가해자 재산을 가압류하는데 전관 변호사를 써야 한다',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선고되도록 판·검사들에게 접대할 돈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A씨에게서 돈을 뜯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안씨는 A씨로부터 받은 1800만원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유씨 등은 담당 판·검사에게 청탁을 하거나 전관 변호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며 "사법절차의 공정성과 공공의 신뢰를 훼손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안씨는 유씨와 권씨를 통해 A씨로부터 받은 돈을 개인적 용도로 모두 소비하고서도 범행일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를 회복하지 않았다"며 "공범관계에 있는 유씨와 권씨보다 죄질이 훨씬 무겁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