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소장이 주민으로부터 '관리 소홀'이 아니라 '천재지변에 의한 손해'에 관해 책임을 지라는 소송을 당했다면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소장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내준 것은 잘못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경기 용인시에 있는 A아파트는 2010년 9월 들이닥친 태풍 곤파스로 곳곳에 손해를 입었다. 주민 B씨도 피해가 컸다. 옥상 지붕에 있던 기와가 떨어지는 바람에 B씨의 차 2대가 망가졌다. 화가 난 B씨는 "관리 소홀로 발생한 사고"라며 아파트 관리소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당시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던 C씨의 주도로 아파트관리비 일부가 관리소장의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쓰였다. 그런데 법원은 "천재지변이라 어쩔 수 없던 사고"라며 B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새로 구성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전 회장이 괜한 변호사 비용을 들였다"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C씨를 상대로 "변호사 선임에 든 비용을 물어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수원지법 민사22단독 전우진 판사는 최근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변호사 선임에 든 비용 등을 배상하라"며 전 회장 C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2가단51673)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전 판사는 판결문에서 "주민 B씨가 관리소장 개인에게 소송을 낸 것이지 아파트에 낸 것이 아니므로 변호사보수를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내줄 정당한 이유가 없다"며 "전 대표회장 C씨가 대표자의 임무를 위반해 아파트에 손해를 가했으므로 33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전 판사는 "C씨는 소송 결과에 따라 아파트가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변호사 보수를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차량 파손이 천재지변 또는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일어났을 때는 아파트에도 고의나 과실이 없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C씨가 주장하는 사유는 변호사보수를 아파트가 부담해야 할 정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