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돼 징계를 받은 학생 측이 '쌍방폭행'을 주장하며 자신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데도 학교장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학교장은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생과 보호자의 모든 학교폭력 피해 신고에 심사 및 응답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모 고등학교 재학생 A군과 어머니가 학교장을 상대로 낸 가해학생에 대한 심의 및 조치의무 부작위 위법 확인소송(2017구합69298)에서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교폭력예방법은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에게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소집을 요청할 권리와 피해사실 확인을 위해 전담기구에 실태조사를 요구할 권리 등을 부여하고 학교장에게는 학교폭력 신고 등을 받는 경우 이를 자치위원회에 지체 없이 통보하고 전담기구 또는 소속 교원으로 하여금 가해 및 피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도록 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치위원회는 학교폭력이 발생한 사실을 신고 또는 보고 받은 경우나 학교장이 요청하는 경우 회의를 소집해야 하고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해 가해학생에 대해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등의 조치를 할 것을 학교장에게 요청하여야 하며, 학교장은 요청에 따라 14일 이내에 해당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피해학생이라고 주장하는 A군 측은 학교장에게 그들이 주장하는 가해학생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다"며 "따라서 이 같은 A군 측의 학교폭력 피해 신고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학교장의 부작위는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A군은 지난해 5월 같은 학교 친구인 B군과 말다툼을 하다 싸움을 벌여 출석정지 처분을 받았다. A군과 그의 어머니는 같은해 6월 "B군도 (A군의) 팔을 꺾는 등 학교폭력행위의 가해학생이므로 B군에 대해서도 적정한 조치를 취해달라"며 자치위원회에 신고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아무런 답변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A군 측은 "학교가 학교폭력 피해 신고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