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을 맡은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가 개인적인 비리로 구속됐더라도 법인의 다른 변호사들이 사건을 성실하게 수행했다면 의뢰인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민사6부(재판장 배형원 부장판사)는 A법무법인이 아파트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을 위임한 B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성공보수와 대신 납부한 소송비용 등 5억 7000여만원을 달라"며 낸 약정금 청구소송(2014나53967)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5억 3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지난달 13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B입주자대표회의는 2010년 계약당시 A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이던 C변호사가 2011년 개인적인 비리로 구속됐기 때문에 계약해지는 정당하고 성공보수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대표변호사가 구속된 이후에도 법인의 소속변호사들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해당 소송을 진행했다"며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의 경우 하자감정결과가 재판의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이 사건 하자감정신청은 위임계약 해지전에 이뤄진 점을 볼 때 피고의 계약해지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승소로 간주하는 '승소간주조항'이 불공정약관이어서 무효라는 B입주자대표회의에 주장에 대해서는 "승소간주조항은 기본적인 취지가 승소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위임인이 부당하게 소송을 취하하거나 일방적으로 위임계약을 해지해 수임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승소로 간주되는 것은 정당한 사유 없는 일방적인 계약해지에 한하므로 고객의 계약해지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불공정한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법무법인은 2010년경 B입주자대표회의를 대리해 건설사 등을 상대로 아파트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재판 도중 대표변호사인 C가 2011년 12월 검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2013년 6월 사건을 실질적으로 진행하던 D 변호사가 A법무법인을 나와 개업하자 B입주자대표회의는 재판부에 A법무법인 사임서를 내고 D변호사가 있는 법인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 2014년 1월 원고일부승소로 사건이 종결되자 A법무법인은 B입주자대표회의가 정당한 사유없이 계약을 해지했으므로 성공보수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